새들의 불행한 죽음
새는 눈이 머리 양옆에 달려 있다. 덕분에 뒤쪽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시야가 넓다. 반면 앞을 볼 수 있는 거리는 무척 짧다. 그래서 물체에 아주 가까이 가기 전에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유리를 인지하지 못하곤 한다.
매우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진 이것이 진짜 하늘인지, 유리에 비친 하늘인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와 맞먹는 속도인 시속 30~70km로 날고 있던 새가 눈앞에 나타난 유리창을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창문이 유리로 되어 있는 높은 건물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새가 부딪쳐 죽는 불의의 사고도 이화 함께 점점 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선 1년에 4억 ~10억 마리의 새가 유리창과 충돌해 죽고, 캐나다에선 수천만 마리의 새가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땅이 작고 새의 수가 적은 편인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수백만 마리의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고 추정된다. 새들 중에 멸종 위기종이 많은 것도 이러한 유리창 충돌사가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비행기 연착의 주원인
비행기 이착륙 및 순항 중 새가 비행기 엔진이나 동체에 부딪히는 현상을 버드 스트라이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4년간 무려 900여 건의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가 있었다. 비행기 속도는 시속 300~900km로 매우 빠르다. 이렇게 빠른 속도의 물체는 가볍게 부딪치기만 해도 큰 충격을 받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시속 370km인 비행기에 900g의 새가 부딪히면 약 5,000kg의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그리고 비행기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면 새도 죽고, 엔진이 고장 나면서 비행기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왜 새들이 자꾸 비행기와 부딪히는 걸까? 그 이유는 공항 주변에는 사람이나 들짐승이 거의 없고 먹잇감인 곤충이 많아 새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이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드론으로 새를 쫓아내는 방법을 시험 중이라고 한다. 이 드론은 적외선 카메라로 수풀에 숨어 있는 새들을 발견하고, 스피커로 새들이 무서워하는 천적들의 울음소리와 공포탄 발사 소리를 내보내서 새들을 비행기의 이동 경로 밖으로 내쫓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커피를 배달하던 드론이 까마귀의 공격을 받았다는 해외 뉴스가 있었다. 무장하지 않은 드론일 경우 까마귀 처럼 영리하고 전투적인 새에게는 공격대상이 될 수도 있다.
훍을 먹는 앵무새
남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 페루 탐보파타 지역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다. 이 지역에 사는 마코앵무새들이 기상과 동시에 떼 지어 강변 점토 절벽으로 날아가 흙을 먹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호두와 과일 같은 나무 열매가 주식인 마코앵무새는 왜 흙을 파먹을까?
이를 연구해온 탐보파타 마코 프로젝트의 브라이트 스미스 교수는 마코앵무새의 습성 원인은 식량 부족이 아닌 영양분 섭취, 정확하게는 염분 섭취라고 분석했다. 나무 열매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트룸이 강가 진흙에는 40배 넘게 함유돼 영양 균형을 맞춰준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식습관은 토식증이라고 불리며 포유류나 조류에게 종종 관찰된다. 다른 이유지만, 닭 또한 모래를 섭취한다. 모래가 사람의 치아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흔히 닭똥집이라 부르는 부위인 근위에서 모래가 소화작용을 돕니다.
새는 매운맛을 못느껴
새골에 가면 닭이 고추를 쪼아 먹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중남미 안데스나 아마존에 가면 야생고추가 있는데 각종 새가 이를 먹는다. 이에 비해 자연에서 인간을 제외한 포유류들은 고추의 매운맛을 싫어해서 고추에 가까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새가 고추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매운맛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추 매운맛의 정체는 캡사이신이라는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적으로부터 고추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캡사이신은 포유류의 뉴런을 자극해 고통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조류는 세포 표면에 화학물질과 꼭 맞는 수용체가 부족해 포유동물보다 캡사이신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또한 미국 연구자들의 실험에 따르면 새가 고추를 먹고 난 뒤 배설하면 그 배설물에 종자가 나오는데 이것들은 대부분 발아했다. 하지만 새 이외의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온 종자는 거의 발아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일본 시즈오카현립대학의 와타나베 다쓰오 교수는 새는 종자를 파괴하지 않고 물리, 화학적으로 열매의 껍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소화관을 갖고 있어 발아를 촉진한다고 했다. 즉 고추는 새 덕분에 자손을 널리 퍼뜨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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