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은 불길한 날로 서양권에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80년대 미국 공포영화 중에 13일의 금요일이 흥행해서 사람들에게 불길한 날로 알려져 있다.
살다 보면 상식에서 벗어나는 엉뚱한 일도 많이 일어나고,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나 전혀 예상 못한 우연한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그 가운데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그래서 타부와 징크스가 생겨났다.
타부는 무척 꺼리거나 하지 말아야 할 태도와 행동 따위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말의 금기에 해당한다. 징크스는 재수가 없거나 불길한 징조와 현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믿는 현상에 대한 믿음과 그에 따른 버릇을 가리킨다.
타부와 징크스는 대부분 달갑지 않은 부정적인 현상으로 어떤 우연한 상황들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관습과 미신적 심리현상이다. 그에 따라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지면서 공동체의 집단적 현상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 현상인 경우도 있다. 어떤 우연한 현상이 몇 차례 반복해서 일치하게 되면 그것이 타부나 징크스가 되는 것이다.
서양에는 또한 머피의 법칙이 있다. 우연히 자신에게 불리하고 불운한 상황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항공기술자였던 머피가 충격완화장치 실험에 실패하면서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못된다." 고 한 말에 유래했다.
샐리의 법칙도 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의 주인공 샐리가 "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항상 잘된다." 고 말한 데서 비롯했다.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1%도 안되는 나쁜 일이 계속될 때 머피의 법칙에 해당하고, 역시 일어날 일이 1%도 안 되는 뜻밖의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샐리의 법칙에 해당한다.
숫자에도 이러한 타부와 징크스가 있는데 민족, 문화권마 좋아하는 숫자와 싫어하는 숫자가 있다.
한국인은 3이나 7을 좋아하고 4를 한자 죽을 死자와 같다는 이유로 싫어한다. 그래서 빌딩의 4층을 4로 쓰지 않고 F로 표기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는 8이다. 8의 중국어 발음이 부자가 된다는 발재(發財)의 發과 발음이 비슷해서다. 그런 이유로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의 개막시간이 2008년 8월 8일 8시 8분이었다. '8888' 자동차 번호판은 1억원을 호가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8다음으로 6을 좋아한다. 6의 중국어 발음이 한자의 흐를 流와 같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생각에서 6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싫어하는 숫자는 한국처럼 죽을 사자와 같은 4다.
서양인이 좋아하는 숫자는 7이다. 그들은 7을 행운을 가져오는 숫자라고 하여 LUCKY 7이라 한다. 가장 싫어하는 숫자는 13이다. 13일의 금요일에는 강한 꺼림이 있다. 서양을 오가는 항공기의 탑승객 좌석에는 13열이 13으로 표기되지 않는다. 프랑스에는 13이 들어가는 주소가 없다고 한다. 13번지, 13번길과 같은 주소가 없는 것이다. 12번지 다음은 14번지다. 미국은 고층 건물이 13층이 없다. 12층 다음은 14층이다. 18세기 영국 한 생명보험사가 여러 방법으로 사망자 통계를 냈는데, 어떤 방에 13명이 있었다면 그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은 1년 안에 죽었다는 통계를 내놓아 13은 더욱 공포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13과 관련된 실험이 있었다. 고층의 호화 아파트를 짓고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13층은 단 한 채도 임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13층 대신 12B층이라고 표시했더니 당장 모두 임대가 됐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13을 싫어할까? 자료에 따르면 그 기원은 북유럽 신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천계에 가장 아름다운 발할라 신전이 있었는데, 이 신전은 천지를 창조한 대표적인 주신인 오딘이 전쟁에 나갔다가 전사한 영웅들을 위로하는 신전이었다.
어느 날 오딘이 12명의 신들을 초대해서 연회를 열었는데 초대하지도 않은 악과 분쟁의 신인 로키가 그 자리에 제멋대로 나타나 13명이 됐다. 불청객 때문에 큰 다툼이 벌어져, 로키와 싸우다가 오딘의 아들로 천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신인 발데르가 살해됐다. 이것이 숫자 13과 관련된 최초의 불행이라고 한다.
유럽 전역에 숫자 13이 불길한 징조로 퍼져가고 있었는데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으로 더욱 불길한 숫자로 각인됐다고 한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날 밤에 열두 제자와 마지막으로 나눈 저녁식사인데, 이 자리의 참석자 수가 예수를 포함하면 13명이었다. 예수는 그 다음날 십자가에 못박혔다.
더욱이 불길한 숫자 13이 들어가는 날짜와 금요일이 겹치는 13일의 금요일은 가장 불길하고 운 나쁘고 재수없는 날로, 서양인들이 기피하는 날이다. 금요일은 왜 기피하게 됐을까?
이 또한 북유럽 신화와 관련 있다. 북유럽 신화에서 최고의 여신은 프리가다. 금요일 FRIDAY는 프리가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프리가는 대지의 신, 풍요의 신, 사랑의 신으로 주신인 오딘의 아내이기도 하다.
그런데 주요 구성원 켈트족과 게르만족이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프리가 여신이 산속으로 쫓겨가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몹시 분노한 프리가는 앙갚음을 하기 위해 금요일이면 그녀를 포함한 사악한 마귀와 마녀들 13명과 함께 모여서 다음주에는 어떻게 세상에 복수할지 의논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금요일에 불길하고 운수 나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거기다가 불행의 숫자 13이 더해져 그야말로 최악의 날이 되기 떄문에 13일의 금요일을 절대적으로 기피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기독교의 고난과 수난, 불행한 사태들이 더해졌다.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아담을 유혹해서 선악과를 따 먹었다가 낙원에서 쫓겨난 날, 노아가 대홍수로 방주를 띄운 날, 바벨탑에서 언어의 혼란이 일어난 날, 솔로몬 성전이 무너진 날,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날 등이 모두 13일의 금요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신화,전설이기 때문에 과연 그 날짜가 모두 13일의 금요일인지 검증이 안된다. 신화의 내용이 시기적으로 맞지도 않는다. 기독교와 관련된 사건들은 대부분 기독교가 탄생하기 훨씬 전, 예수가 탄생하기 전인 구약 시대의 일이다. 그런데 프리가가 자기 민족이 기독교로 개종하면서 쫓겨나서 불행한 금요일이 되게 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13일의 금요일이 타부가 된 것은 기독교가 유럽의 지배적인 종교가 되면서 대다수 유럽인들이 기독교도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수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독교 국가라는 미국인들은 물론 13일의 금요일을 금기시하지만, 오히려 반대로 13을 부각시키고 돋보이게 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1달러 지폐 뒷면 왼쪽에는 13단의 피라미드가 그려져 있고, 오른쪽에는 흰머리독수리가 한쪽 발로 13개의 잎과 열매가 달린 올리브 가지를 움켜쥐고 있고, 다른 발로는 13개의 화살을 움켜쥐고 있다. 흰머리독수리 머리 위에는 13개의 별이 있다. 이는 1776년 미국 독립과 관련있다.
독립 당시 미국이 13개 주였던 것을 기념한다. 미국 국기인 성조기도 13개의 빨간 줄과 흰줄은 독립 당시 13개 주를 나타내고, 왼쪽 상단 푸른 바탕의 흰 별들도 미국의 주 숫자를 나타내는 것이다. 현재는 하와이를 포함해 50개 주여서 별의 숫자도 50개지만 독립 당시는 13개였다.
여러가지 타부와 징크스 , 숫자에 대한 호불호는 사실 미신에 불과하다. 하지만 집단의식과 관습이 되면서 그 프레임에 갇혀, 때로는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위축되고 패배감을 갖는가 하면 두려움까지 느낀다. 신념과 확신이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의도한 행동과 결과에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타부나 징크스를 무시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사실 다 그냥 미신에 불과할 뿐이다. 미신은 믿지 않으면 영향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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