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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전설 귀신 요괴 괴물

아킬레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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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의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 전쟁은 무려 10년 가까이 이어진 장기전이었다. 그런데 이 전쟁의 발단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 때문이라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트로이 전쟁을 전후해서 그리스와 트로이에서 펼쳐지는 신과 영웅들이 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친다.  트로이 전쟁 영웅은 인간 아킬레우스, 즉 아킬레스다. 아킬레스는 아킬레스건으로 또한 유명하다. 치명적 약점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아킬레스건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자.

 

 고대 그리스 미케네 왕 아가멤논은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격변과 모략, 복수에 휘말려 아이기스토스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동생 메넬라오스와 함께 스파르타로 도피한다.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한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는 자신의 두 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헬레네를 그들과 결혼시킨다. 훗날 격동의 여주인공이 될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된다.

파리스의 선택

 바다의 여신 테티스가 우여곡절 끝에 인간 영웅 펠레우스와 결혼을 하고 거의 모든 신들이 초대받았다. 그런데 질투의 여신 에리스는 초대받지 못했다. 그 때문에 화가 난 에리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쓴 황금사과를 파티에 던져놓고 나왔다. 그러자 미모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가 서로 그 황금사과가 자기 것이라며 다투었다. 뭇 남신들이 어느 쪽도 편들지 못하자 제우스는 트로이 왕자 파리스에게 판단하도록 했다. 이에 파리스는 최고의 미녀를 주겠다고 약속한 아프로디테를 지목했다. 최고의 미모를 뽐내게 된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파리스에게 헬레네의 사랑을 얻을 수 있게 했다. 

 

헬레네는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의 딸로 아가멤논의 동생 메넬라오스의 아내였다. 틴다레오스가 죽고 왕자들도 일찍 죽어 메넬라오스가 왕위를 계승했다. 하지만 트로이 왕자 파리스는 이런 관게를 개의치 않고 이 세상 최고의 미녀 헬레네를 납치했다. 일단 납치하면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을 확신했다. 

 

당연히 스파르타는 난리가 났다. 더욱이 메넬라오스는 아내를 뺏겼으니 이런 굴욕도 없었다. 그는 당장 형 아가멤논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아가멤논도 격분해서 헬레네를 되찾아오고 트로이에 보복하기 위해 전쟁을 결심했다. 이것이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전역의 도시국가 왕들을 찾아다니며 그리스 연합군 결성을 제의했다. 다행히 좋은 반응을 얻어 그리스 연합군이 결성됐으며 아가멤논이 총사령관으로 추대됐다. 이 그리스 연합군에 아킬레우스가 있었다. 그는 아가멤논의 군대에서 최고 미남이었으며 가장 뛰어난 전사이자 전투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맹장이었다. 

스틱스 강물에 담겨져는 아킬레스

 아킬레우스는 인간 영웅 펠리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왕자였으며 영웅의 아들이자 어머니가 여신이니 신의 아들이었다. 그가 태어난 뒤에 아버지 펠레우스는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에서 전사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다. 이에 펠레우스는 아킬레우스를 멀리 떨어져 있는 별궁으로 보내 여자 옷을 입히고 공주들과 함께 성장하도록 했다. 전설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 테티스도 어린 아킬레우스를 결코 죽지 않는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물에 아킬레우스를 담갔다. 아킬레우는 불사신이 된 것이다.

 

 테티스는 어린 아킬레우스의 발목을 잡아들고 거꾸로 강물에 깊숙이 너었다가 꺼냈다. 그것으로 아킬레우스는 불사신이 됐지만, 테티스가 손으로 잡고 있던 발뒤꿈치는 강물에 젖지 않았다. 뒤꿈치에는 종아리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힘줄이 있어서 똑바로 서고 걷고 뛸 수 있다. 이 발뒤꿈치 힘줄이 끊어지거나 손상을 입으면 일어설 수도 없다. 이 발뒤꿈치 힘줄이 바로 의학용어로 아킬레스건이다. 전설 속의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머니 테티스의 순간 실수로 아킬레우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게 된다. 

 아가멤논이 트로이와 전쟁을 결심하고 그리스 연합군을 결성할 때, 당시 그리스의 유명한 점성가가 아킬레우스가 있어야 트로이를 함락시킬 수 있다고 예언했다. 그리스인들이 나서서 사방을 수소문한 끝에 여자 행세를 하며 숨어 살던 아킬레우스를 찾아냈고 아가멤논의 연합군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아가멤논이 이끄는 그리스 연합군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전함100여 척으로 트로이 원정에 나선다. 트로이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터키의 소아시아 지역에 있는 도시국가였다. 그리스에서 트로이를 공격하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그런데 출항을 앞두고 악천후가 계속돼서 전선들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자 아가멤논이 동물과 사냥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아르테미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계속해서 날씨가 나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가멤논이 사슴을 사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로이 원정이 시급한 아가멤논이 자기 딸을 제물로 바쳐 아르테미스를 달래자 날씨가 좋아졌고 바다도 잔잔해졌다. 

호메로스

 마침내 원정에 나선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를 고립시키기 위해 주변 지역부터 공략했다. 아킬레우스의 맹활약으로 연합군은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다. 무려 9년 동안이나 계속된 전쟁에서 아킬레우스가 이끄는 그리스 연합구는 승승장구하며 트로이 주변 지역들을 완전히 점령한다. 승리의 대가로 전리품도 상당했다. 그 가운데 태양의 신 아폴론을 모시는 제사장의 딸인 크리세이스를 아가멤논이 차지했고, 능력이 매우 뛰어난 여인 브리세이스는 아킬레우스가 차지해서 자신을 수행하며 곁에서 보살피는 노예로 삼았다. 어느덧 전쟁이 10년째 접어들었고 본격적인 트로이 공격만 남겨놓고 있을 때 그리스 연합군에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갑자기 전염병이 돌아 걷잡을 수 없이 병사들이 죽었다. 한 예언가는 아폴론을 모시는 제사장의 딸을 전리품으로 삼았기 때문에 전염병이 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예언가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에게 크리세이스를 돌려주자고 했다 아가멤논은 아깝지만 크리세이스를 돌려주는 대신 아킬레우스의 노예 브리세이스를 빼앗았다. 그때문에 화가 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에게 더 이상 전쟁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아킬레우스가 전쟁에서 빠지자 그리스 연합군은 트로이를 눈 앞에 두고도 잇달아 패배한다. 연합군은 크게 동요하게 그 책임이 아킬레우스에게 있다고 여겼다.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아킬레우스

 아킬레우스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사촌이자 절친인 파트로클로스에게 자신의 갑옷을 입혀 아킬레우스로 위장하고 전투에 나서게 했다. 그러나 파트로클로스가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인 핵토르에게 죽임을 당하자 아킬레우스는 더 이상 가만 있지 않았다. 아킬레우스는 제우스와 헤라의 아들이었으나 버림받은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토스에게 갑옷을 얻어 다시 전투에 나서 핵토르를 죽였다. 핵토르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가 누구보다 아끼던 아들이었다. 프리아모스는 그리스 연합군에 막대한 배상금을 물고 핵토르의 시체를 돌려받았다. 아킬레우스가 프리아모스의 뜨거운 부성애를 보고 뇌물을 받고나서 자신이 한참이나 모욕한 핵토르의 시신을 돌려주었다.

프리아모스의 간청을 받는 아킬레스

  핵토르가 죽자 그리스 연합은 사기충천했으나 여신 아프로디테가 자신을 최고의 미녀로 뽑아준 프리아모스 둘쨰 아들 파리스를 돕기 위해 나선다. 아프로디테는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공주 폴릭세네와 사랑에 빠지게 했다. 트로이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그리스 연합군의 선봉장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생겼다.

 

 아킬레우스는 폴릭세네에게 완전히 빠져, 아폴론 신전에서 궁지에 몰려 있는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와 담판을 가진다.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에게 딸 폴릭세네를 주면 그리스 연합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제안한다. 바로 그때 몸을 숨기고 있던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아킬레우스를 향해 활을 쏜다. 아킬레우수는 불사신이지만 아폴론이 화살을 아킬레우스의 발목 쪽으로 유도했다. 영웅 아킬레우스는 유일한 약점인 아킬레스건에 파리스의 화살을 맞아 허망하게 죽고 말았다.

아킬레스건

 트로이와의 10년 전쟁에서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던 그리스 연합군은 전투마다 승리로 이끌었던 아킬레우스가 죽자 큰 충격에 빠졌다. 총사령관 아가멤논도 당황했다. 그때 또 한명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등장한다. 그는 한때 헬레네에게 구혼했던 인물들 가운데 한 명이며, 훗날 호메로스가 쓴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혜와 지략이 뛰어났던 오디세우스는 일부러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트로이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킬레우스가 죽자 스파르타의 왕이자 아가멤논의 동생인 메넬라오스가 궁지에 몰린 형을 돕기 위해 오디세우스에게 사신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오디세우스는 미친 척하면서 회피하려고 했으나 거짓이 들통나서 뒤늦게 트로이로 향했다. 

 오디세우스는 실력이 뛰어난 건축가들을 시켜 대형 목마를 만들게 했다. 누구나 다 아는 트로이의 목마다. 목마가 완성되자 오디세우스와 정예 그리스 병사들이 목마의 몸통 안에 숨었고 그리스 연합군은 철수했다. 그리스 연합군이 철수하는 모습을 본 트로이 병사들은 환호했다. 아킬레우스를 잃은 연합군이 전투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철수한 것으로 판단했다. 트로이인들은 그리스 연합군이 버리고 간 목마를 전리품으로 여겨 성안에 들여놓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것을 기뻐하며 밤새도록 술 마시며 승리감에 도취됐다. 그 틈을 이용해서 목마 안에 숨어 있던 오디세우스와 그리스 병사들이 빠져나와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을 열어 놓았고, 철수하는 척하며 매복해 있던 그리스 연합군이 돌아와 파죽지세로 트로이를 함락시켰다.  

 

 10년 동안의 긴 전쟁에서 패배한 트로이는 비참했다. 늙은 프리아모스는 두 명의 아내와 수많은 자녀를 두었는데 전쟁 마지막 해에 무려 13명의 아들을 잃었다. 그뿐 아니라 그 자신도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에게 무참히 난자당해 죽었다. 절세 미녀 헬레네를 납치해 트로이 전쟁을 촉발하고 아폴론의 도움으로 영웅 아킬레우스의 발뒤꿈치를 화살로 쏘아 죽인 파리스도 그리스 연합군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

프리아모스의 간청을 받는 아킬레우스

 또한 프리아모스의 딸 카산드라는 아가멤논이 차지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쟁에서는 승전국의 왕이나 승리로 이끈 장수가 패전국의 왕비와 공주 등을 전리품으로 데려가 아내나 후궁으로 삼아 승리감을 즐기고 성적 만족감을 얻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러나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형제를 몰아내고 미케네의 왕이 된 아이키스토스가 아가멤논이 여러 해 동안 전쟁터에 나가 있는 틈을 이용해서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유혹했다. 그녀 역시 동생 헬레네 못지않은 미인이었다. 그런데 아가멤논이 전쟁에서 이기고 귀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기습을 감행해서 아가멤논과 카산드라까지 살해했다.

 또 다른 전설에는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아이기스토스에게 남편 아가멤논을 죽이도록 사주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뒤에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를 배신한 어머니와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여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다.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되찾아오는 메넬라오스

 한편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는 자신의 아내였다가 파리스의 아내가 됨으로써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됐던 헬레네를 죽이려고 했지만 10년 만에 다시 봐도 변함없이 아름다운 헬레네를 차마 죽일 수 없어 다시 데려와 함께 살았다.

 

 이 트로이 전쟁 이야기는 대부분 신화와 전설에 근거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신화와 전설들은 기원전 12~13세기를 배경으로 호메로스가 기원전 8세기에 쓴 것이라고 한다. 근세 일부 역사가들은 오랜 탐사 끝에 트로이 유적들을 찾아내면서 상당 부분 역사적 사실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이야기에 나오는 신이나 영웅들은 거의 모두 실체를 알 수 없는 상상과 가공의 존재들이다. 

 

 다만 그리스 신화를 통해 그들의 사유와 의식세계를 유추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미녀에 대한 집착이다. 아름다운 여신들의 미모 경쟁, 인간으로서 더 이상 예쁠 수 없다는 헬레네는 그 때문에 큰 전쟁의 발단이 됐으며, 영웅 아킬레우스도 트로이 공주 폴렉세네를 사랑했다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아가멤논도 미모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에게 죽임을 당했다.

트로이로 돌아오는 핵토르의 시신

 아킬레우스, 트로이 전쟁 등 시대를 대표하는 신화와 전설들은 모두 미녀가 주인공이자 핵심인물이며 그 숱한 사건들은 그녀들 때문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최고의 미녀 헬레네는 모든 사건들의 근원이 된 핵심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죽지 않고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는다.

 

 이것은 인류가 모계사회에서 부계 사회로 바뀌면서 여성들이 성적 대상이 되고,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지는 과정에서 아름다움은 여성이 지닌 최고의 가치이자 남성들의 판타지가 됐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또한 아킬레우스처럼 뛰어난 영웅이라도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음을 아킬레스건은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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