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데기는 '버려진 아이' 라는 뜻이며 '바리공주' 로도 불린다. 무속신앙에서 큰병이나 죽음과 관련해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상의 인물이자 신격화된 인물이다. 설화나 전설 등 구전으로 전해지는 바리데기는 그 시원이 북녘의 함경도에서 비롯된 듯하나 전국 어디서나 알려져서 지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략 20여 종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본 줄거리는 비슷하다.
아주 먼 옛날 한 임금(어비대왕 또는 오구대왕이라고도 함)이 있었는데 혼례를 1년 뒤로 미루어야 아들을 낳는다는 예언을 무시하고 서둘러 혼인한 탓으로 왕비와의 사이에서 딸만 일곱을 낳는다. 왕비가 일곱 번째 딸을 낳자 몹시 실망한 임금이 그 막내딸을 내다버리라고 명령한다. 그리하여 아무 잘못 없이 딸로 태어난 죄로 막내딸을 물에 띄워 흘러가게 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강기슭에 닿았고 마침 바리데기를 발견한 노부부가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키운다. 버리젼 아이라고 해서 바리데기라고 불렀지만 그녀의 신분은 공주였기에 바리공주라고도 부른다.
그렇게 15년 세월이 흘렀을 때, 힘금이 살아나기 어려운 중병을 앓게 된다. 왕실이 크게 걱정하며 임금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더니 저승에 가서 그곳에 있는 생명수를 구해와야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대목에서 지방마다 차이가 있는데 서역국에 가서 불사초를 구해와야 살 수 있다는 설화들도 있다. 그러나 저승이나 서역국이나 불사초나 생명수나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한다는 맥락은 같다.
어머니인 왕비와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바리공주는 뜻을 굽히지 않고 저승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우여곡절과 파란만장을 겪으며 기어코 저승에 이르고 저승문 앞에 수문장이 있었다. 바리공주가 사연을 얘기하며 생명수를 구하러 왔다고 하자, 수문장은 자기와 7년 동안 함께 살면서 아들 일곱을 낳아야 생명수를 주겠다고 한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수문장과 함께 살면서 마침내 아들 일곱을 낳았다.
그렇게 해서 바리공주는 남편인 저승 수문장과 아들 일곱과 함께 오랜 시간에 걸쳐 이승의 궁전으로 돌아왔는데, 마침 궁에서 나오는 거창한 상여와 마주치게 되었다. 임금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바리공주가 급히 저승에서 구해온 생명수를 죽은 아버지 입에 흘려넣었더니 놀랍게도 눈을 뜨고 살아나는 것이었다. 임금은 바리공주에게 한없이 고마워하며 막내딸의 남편인 저승 수문장을 사위로 받아들여 장승이 되게 하고, 손자인 공주의 일곱 아들은 칠원성군이 되게 했으며, 저승을 다녀 온 바리공주는 자청해서 무당의 조상이 됐다.
무속에서 흔히 칠성님이라고 부르는 칠원성군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주관하는 신령으로 북두칠성을 신격화한 것이다. 특히 삶과 죽음, 인간의 생사를 관장한다. 또한 바리공주가 무당의 조상이 됐기 때문에 무속인들은 바리공주를 무조신, 즉 자신들의 조상신으로 모신다.
이같은 바리데기 설화는 망자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무속의식인 지노귀굿에서 무당이 부르는 무가 또는 구연의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지노귀굿은 씻김굿, 오구굿이라고도 하는데 무당의 감정에 따라 재담이나 익살이 들어가기도 하고 즉흥적인 내용이 첨가되기도 하고 일부 삭제되기도 해서 무당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다.
바리데기 설화는 불교가 융성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느 지방 설화에서는 아버지의 목숨을 구할 불사약을 구하기 위해 바리공주가 서천 서역국으로 갔다고 돼 있는데 불교 발상지인 인도를 가리킨다. 또 다른 지방에서는 불교 설화인 미륵과 바리데기 설화가 뒤섞이기도 한다.
바리데기 설화는 효 사상이 담겨있다. 바리공주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는데도 원한을 품지 않고 아버지가 위독하자 달려와서 생명수를 구하러 저승까지 찾아간다. 진정한 효가 어떠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에 바리공주의 언니들은 온갖 특권과 혜택을 누렸지만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는 일은 거부한다. 그 때문인지 나중에 이유없이 모두 죽는다. 효와 불효를 통해 권선징악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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