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왕모(西王母)는 중국 도교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다. 중국 기서 가운데 하나인 산해경에 따르면, 서왕모는 중국 서쪽 멀리 옥산(玉山) 동굴 속에서 3마리의 새가 물어다 주는 음식을 먹고 산다고 한다.
생김새는 사람이지만 마구 흐트러진 머리에 꽃을 꽂고, 호랑이 이빨에 표범 꼬리가 달려있어 반인반수 형상으로 휘파람을 잘 불어 요괴의 형상이다. 하지만 남편도 있으며 천계 선녀들을 관장하고 지상의 역병 등 재해를 주관하며 다섯 가지 형벌과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기운을 주관하는 형벌의 신이자 죽음의 신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따라 서왕모는 차츰 인격화되면서 양화(楊回)라는 이름을 작게됐고, 뺴어난 미인으로 형상화됐다. 그녀가 사는 곳도 좀 더 구체화됐다. 중국 서북부에 있으며 신령이 깃든 산으로 손꼽히는 곤륜산에 살며 삼족오와 구미호 또는 토끼와 개구리를 거느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도교 신화에서 서왕모가 숭상되는 것은 그가 불로불사, 즉 죽지 않고 영생활 수 있는 묘약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서왕모는 신격화되면서 민간신앙으로 발돋음했다. 2300여 년 전인 전한 말기에 관동에서 큰 소요가 일어나 수도였던 장안까지 위협을 받게 되자, 장안의 백성드리 골목마다 제단을 쌓고 서왕모에게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을 보면 서왕모가 전지전능한 신으로 숭배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나라의 목왕은 곤륜산으로 서왕모를 찾아가 만나게 됐고 서로 사랑했다는 전설이 있으며, 전한 무제는 서왕모를 뵙고 싶다고 열심히 기원했더니 칠월 칠석날 서왕모가 아홉 빛깔의 용이 이끄는 수레를 타고 내려왔는데 그녀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고 한다. 무제는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달라고 애원했더니 동방삭이 서왕모의 궁전에 복숭아를 훔쳐갔다고 했다. 동방삭은 우리에게도 삼천갑자 동박삭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갑자년은 60간지의 첫 변째로 60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 그래서 나이가 60세가 되면 회갑 또는 환갑이라고 한다. 그런데 삼천갑자라면 3000 X 60으로 18만 년이다. 동방삭이 서왕모의 복숭아를 춤쳐 먹고 거의 영생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허황된 전설이다. 동방삭은 실존 인물로 전한시대 한무제의 총애를 받았다. 전설은 크게 과장됐지만 아주 오래 살았다고 한다. 서왕모의 복숭아를 반도(蟠桃)라고 하는데 한 개만 먹어도 불로장생한다는 전설이 있다.
한편 도교 전설에서는 한무제가 서왕모를 만나 반도의 씨를 얻었다고 한다. 한무제가 반도 열매를 얻으려고 씨를 심으려고 하자, 서왕모가 반도는 3000년 만에 한 번씩 열매가 열린다며 심어봐야 소용없다고 말해준다. 서왕모는 불로장생의 반도를 재배하는 과수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후한에 이르러서는 불교가 전래되고 유교사상이 확산되면서 도교 신선사상이 쇠퇴하게 돼 서왕모의 신앙적 위력도 약화됐다. 그럼에도 서왕모는 불로장생의 상징적 존재로서 민간신앙으로 근대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숭배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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