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여성들에게 최고 사치품이 가발이었다고?
조선 시대 여성에게 최고 사치품은 바로 가체였다. 가체는 요즘말로 하면 가발인데, 정확히는 머리카락에 덧붙이는 장식 역할을 했다.
당시 여성들은 머리에 가체를 얹어 머리카락을 더욱 풍성하게 보이도록 했다. 처음엔 왕실과 상류층만 가체를 사용했다. 당시 기술로는 진짜 사람 머리카락으로만 제작되었기에 아주 비쌌다. 특히 조선 시대는 예의범절상 머리카락을 함부로 자르지 않았던 시기라서 가체 자체가 무척 귀했다. 그러다 조선 후기가 되자 서민도 가체를 즐겨 착용하기 시작했다. 농업과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서민의 경제력이 커져서였다.
가체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기록을 보면 영조(1694~1776) 때 쌀 한 가마의 값이 3냥이었는데 가체는 60~70냥이나 되었다. 정조(1752~1800) 때는 1,000냥쯤 될 만큼 가체의 가격은 급격히 올랐다. 결국 영조와 정조 때 가체 사용을 금지했다.
가체가 너무 무거운 탓에 무게에 눌려 여성이 목뼈가 부러져 죽는 사건들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지위와 부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된 가체의 유행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도 많은 여성들이 가체를 즐겨 사용한 까닭에 금지령을 어겼다고 처벌하는 게 불가능했다. 조선 시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던 가체 유행은 19세기 들어 비로소 잠잠해졌다. 순조 때부터 쪽 진 머리가 유행하면서였다.
유럽인들은 왜 300년 동안이나 가발을 쓰고 다녔을까?
유럽에서는 16세기 후반부터 귀족 사이에 가발이 유행했다. 상류층의 유행이 점차 널리 퍼져서 18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성년식 때 머리카락을 자르고 가발을 쓰는 의식까지 치렀다. 가발이 유행한 이유는 당시에는 머리가 큰 사람이 머리도 좋고 남성적인 사람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병인 매독을 많은 이들이 앓았는데 후유증 중 하나가 탈모여서 이를 숨기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시기 가발은 염소나 사람의 모발로 만들어졌는데 안 좋은 냄새가 났다. 그래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오렌지나 라벤더 향이 나는 헤어 파우더를 사용했다. 피트 수상은 이 헤어 파우더에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너도나도 가발을 쓰고 다니던 때의 필수품인 헤어 파우더에 세금을 부과하자, 사람들은 해당 지역 법률 사무소에서 면허증과 같은 서류를 1기니씩 내고 사야 했다. 덕분에 영국 정부는 년간 1,000 파운드의 헤어 파우더 세금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다 가발 유행이 끝날 무렵인 1869년 이 세금은 폐지되었다.
중절모 유행의 기원
긴 중절모는 영국 신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중절모의 정식 명칭은 탑 햇(Top hat)인데, 모자가 탄생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영국 정부는 1784년부터 1811년까지 영국에서 남성의 모자에 세금을 부과했는데, 이를 '모자세'라고 불렀다. 당시 영국에서는 모자가 필수품이었다. 신분과 예의, 품위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조차 몇 개씩 가지고 있었고, 부자는 당연히 비싼 모자를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었다.
모자세는 부자에게 손쉽게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한 징수 제도였다. 모자세가 제정된 뒤 영국 남성은 가격이 4실링 이하의 모자에는 3펜스, 4~7실링은 6펜스, 7~12실링의 모자에는 1실링의 세금을 내야 했으며, 12실링이 넘는 고가의 모자를 사는 경우 2실링의 무거운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또한 정부는 모자 유통업자에게도 유통면허를 사는 명목으로 돈을 거두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무거운 가산세를 물리고 심지어 세금을 내고 모자에 붙이는 증지를 위조한 자에게는 때에 따라 사형이라는 가혹한 형벌을 내리기도 했다.
1797년 런던의 한 양품점 주인은 모자세에 항의하는 취지로 특이한 모자를 쓰고 시내를 활보했다. 사람들은 이 모자를 '번쩍 번쩍 빛나는 키가 큰 구조물' 이라고 묘사했는데, 뜻밖에도 영국 신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바로 그 모자가 탑 햇의 기원이다. 모자세는 1811년 폐지되었지만, 탑 햇은 오랫동안 영국 신사들의 사랑을 받았고 영국의 상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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