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메콜레온
미르메콜레온(Myrmecolen: 개미사자)은 성격의 오역에서 비롯되었다. 이집트를 다스리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프톨레마이오스2세는 독서를 즐겨 앴는데 자신의 집권 시기에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도록 지시했다. 처음에는 모세오경을, 그 뒤를 이어 정경 39권과 제2경전, 위경 15권까지 모두 번역되었다. 이를 유대인 학자 72명이 번역했다고 해서 '70인역'이라 부른다. 유대인들이 히브리 성경을 그리스어로 번역하다 보니 다양한 이유로 원문과 맞지 않는 부분이 다수 있었는데 '미르메콜레온'도 그중 하나였다. 욥기에서 사자를 언급하면서 다소 생소한 단어인 lajisch를 사용했는데, 다른 번역본에서는 이 단어를 사자나 호랑이로 번역한 반면 70인역에서는 미르메콜레온(Myrmecoleo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교황 그레고리오 1세는 욥기 주채 총론에서 70인역 번역을 거론한 바 있다. 그는 '미르메콜레온'을 오역으로 보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는데 이 작은 동물은 모래 속에 숨어 있다가 먹이를 운반해가는 개미를 사냥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동물을 개미사자, 즉 미르메콜레온이라 부르는 건 적합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큰 동물 입장에서 미르메콜레온은 개미와 비슷한 작은 동물이며 잡아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미 입장에서는 미르메콜레온은 사자처럼 위험한 존재다.
13세기 기욤 르 클렉의 동물우화집에도 미르메콜레온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 책에서 미르메콜레온은 개미로 분류된다. 동시에 이 개미는 사자이기도 한데 사자 가운데 크키가 가장 작지만 누구보다도 대범하고 영리하다. 미르메콜레온은 다른 개미들을 증오해서 모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개미가 지나가면 즉시 튀어나와 잡아먹는다.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또 다른 설에 따르면, 미르메콜레온은 사자와 개미의 교배로 태어났다다. 개미 몸에 사자 머리가 달려 있으며, 두 동물의 생리적 습성을 몸에 모두 지니고 있다. 사자의 대가리는 고기만 먹을 수 있는데 반해 개미의 몸은 곡물만 소화시킬 수 있기에 결국은 굶어죽는다고 한다.
맨드레이크
서양에서는 맨드레이크(Mandrake: 만드라고라)를 신기한 효능을 지닌 식물의 뿌리로 보았다. 지중해 지역에서 자라는 맨드레이크 속 식물이 그 원형인데 이후 전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지역의 다른 식물이 합쳐지면서 중세기에는 맨드레이크가 모호한 개념이 되었다. 그럼에도 분명한 특징 하나는 뿌리 부분이 사람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며, 뿌리에 강력한 환각이나 최면 효과가 있다보니 오래전부터 마술과 결부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플리니우스에 따르면 맨드레이크는 마치 사람처럼 성별이 있으며, 남성 맨드레이크는 흰색이고 여성 맨드레이크는 검은 색이다. 둘 다 잎사귀는 상추 잎보다 폭이 좁은데, 그중에서도 남성 맨드레이크의 잎이 여성보다 더 가늘다. 줄기에는 털이 많이 나 있고 뿌리는 2개 혹은 3개이며 겉으로 보기에는 검은색이지만 속은 흰색이다. 육질이 부드러우며 길이는 한 팔꿈치, 약 45cm 정도 된다.
그리스 약리학자 디오스코리데스는 자신이 쓴 '약물에 대하여'에서 맨드레이크 뿌리로 최음제를 만들 수 있으며 성별이 있다고 기록했다. 여성 맨드레이크는 검은색이며 '트리다시아스'라고 부르는데 상추 잎보다 더 가늘고 잎이 길다. 강하고 진한 냄새가 나는데 이는 독이 있음을 나타낸다.
열매는 흰색이며 단맛이 나고 배처럼 생겼다. 뿌리는 2-3개로 속은 흰색인데 두꺼운 검은색 표피가 겉을 감싸고 있으며 뿌리 부분에는 줄기가 없다. 남성 맨드레이크는 흰색으로 노리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크고 넓은 잎사귀는 사탕무 잎처럼 반들반들 광택이 난다. 열매 크기는 여성 맨드레이크의 두 배인데 사프란색이고 향기는 달콤하다. 뿌리는 여성 맨드레이크와 비슷하지만 더 크고 창백하다고 할 정도로 하얗다. 사람들은 이 식물의 신선한 뿌리 표피와 열매즙을 쪄서 단지에 저장하는데 이렇게 하면 맨드레이크의 약효가 감소된다. 그래서 그 대신 표피를 벗겨서 엮은 뒤 저장실에 걸어두기도 한다. 또는 포도주에 맨드레이크 뿌리를 넣고 오랫동안 끓여 3분의 1로 줄어들면 단지에 저장하기도 했다.
맨드레이크 약제는 주로 불면증을 치료하거나 중상을 입어 마취가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되었다. 꿀물에 맨드레이크 약제 20알을 넣어 마시면 가래와 흑담즙이 배출된다. 맨드레이크 약제 5알을 직접 복용하면 월경이나 낙태가 촉진된다. 그 뿌리와 상아를 함께 넣고 5시간 끓이면 상아가 말랑해지면서 마음대로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중세기에 이르러 맨드레이크 전설은 더욱 기괴하게 변했다. 독일에서는 맨드레이크를 작은 사형수라 불렀다. 중세기 사람들은 교수형 당하는 사형수의 땀과 대소변 또는 정액이 땅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맨드레이크가 자라난다고 생각했다. 전설에 따르면 맨드레이크는 밤중에 빛을 내뿜는데 불결한 사람이 다가오면 달아나기 때문에 일단 발견하면 재빨리 철기로 그 주위를 에워싼 후 땅에 꽂아야 한다. 단 절대로 철기가 맨드레이크에 닿아서는 안된다. 맨드레이크는 땅에서 뽑힐 때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데 그 소리를 들은 생물은 모두 죽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맨드레이크를 채취할 때 개를 이용한다. 먼저 개를 3일간 굶긴 뒤 맨들레이크에 묶어 놓고 사람은 귀마개를 한다. 그리고 개와 멀리 떨어진 곳에 고기나 빵을 놓아두면 굶주린 개가 그쪽으로 달려가면서 맨드레이크가 저절로 뽑힌다. 다만 개는 맨드레이크의 비명에 죽고 만다.
맨드레이크는 마법의 괴식물로서 보라색 꽃과 오렌지색 열매를 가진 지중해 원산의 약초다.
페르시아어로 '사랑의 들풀' 이란 뜻의 만드라고라로 불렸다.
고대 아랍인과 게르만인은 맨드라고라 라는 작은 남자의 악령이 맨드레이크에 산다고 믿었다.
유럽에서 맨드레이크는 교수대 밑에서 자라는 풀을 뜻하기도 한다.
죄없는 사형수의 눈물이 땅에 떨어진 곳에서 맨드레이크가 나고, 맨드레이크의 뿌리에는 억울하게 죽은 사형수의 영혼이 숨어있다고 믿었다.
맨드레이크는 그 억울함 때문에 사람이 뿌리를 뽑으려고 하면 비명을 지른다.
다른 민담으로는 맨드레이크를 캐려고 하면 스스로 걸어서 도망치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여성의 소변을 뿌려야 한다.
맨드레이크는 직접 움직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물을 찾아 옮겨 다녔고 맨드레이크가 있던 자리를 파보면 반드시 물이 흐르고 있다고 한다. 맨드레이크의 비명 소리를 들은 사람은 미치거나 곧바로 죽는다고 한다. 어린 맨드레이크조차도 울음소리로 사람을 몇 시간 동안 정신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중세 유럽에서 맨드레이크가 신비스런 마력으로 집안에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해서 부엌문 위에 두었다.
중세 마술사들은 맨드레이크를 비밀스러운 의식에 사용하거나 질병 치료제, 수술용 마취제로 썼다.
맨드레이크 열매는 마취나 진통, 최면 효과가 있다.
사람과 비슷한 모양을 한 뿌리는 우울증과 불안, 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고 상처를 치료하는 진통제로 쓰인다.. 중세에는 맨드레이크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다.
미신에서는 저주를 받거나 모습이 변해버렸을 때 해독제로 중요한 역할을 함.
뽑으려면 비명을 지르기 때문에 목숨을 희생해서 한 사람이 맨드레이크를 뽑으면
그 다음은 위험이 없음. 다른 방법은 맨드레이크 주변에 칼로 3중의 원을 그린 다음
서쪽 방향을 쳐다보면 맨드레이크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고 한다.
마녀 키르케의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고대 그리스에서는 키르케가 센 힘을 갖기 위해
한밤중에 바람을 등지고 서서 맨드레이크를 뽑았다고 한다.
맨드레이크 둘레에 칼로 3겹의 원을 그리고 뿌리가 보일 정도로 흙을 판 다음 뿌리에 밧줄을 묶어 개의 목에 연결해서 맨드레이크를 뽑게 한다. 이때 주위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귀를 막거나 귀마개를 해서 맨드레이크 비명을 차단한다.
키르케는 맨드레이크의 즙을 남자에게 먹여 돼지로 변하게 한 뒤 부려먹었다. 그래서 키르케의 이름을 따서 맨드레이크를 '키르케풀' 이라고 부른다.
맨드레이크에 암수가 있는데 비명을 지르는 것은 암포기의 맨드레이크다.
암포기 맨드레이크는 뿌리가 새하얗고 가끔 검은 반점이 있다.
1년에 단 한달 동안만 매혹적인 진홍색의 거대한 꽃을 피우고 노란색 작은 열매가 열린다.
암포기 맨드레이크의 뿌리는 남의 모습을 변신시킬 때 주로 사용한다.
어떤 동물의 피를 맨드레이크에 뿌리면 맨드레이크 뿌리를 먹은 사람은 그 동물의 모습으로 바뀐다.
암포기 맨드레이크 열매를 먹으면 딸을 낳게 된다는 설도 있다.
수포기 맨드레이크의 몸은 짙은 녹색이고, 칙칙한 푸른 빛의 꽃을 피운다.
수포기 맨드레이크 꽃은 주변에 위험이 느껴지면 아주 강한 향기를 내뿜는다.
이 향기를 맡으면 헛것을 보게 됨. 뿌리는 아주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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