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주(Pazuzu 또는 Fazuzu, Pazuza)
파주주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등장하는 악마다. 수메르에서 아시리아 시대까지 그 지역 사람들의 숭배를 받았다. 파주주는 저승에 살며 훔바바와는 형제지간이다. 죽은자의 땅에서 불어오는 서풍과 서남풍을 주관하며, 건기에는 바람으로 기근을 몰고 오고, 우기에는 폭우와 메뚜기떼를 몰고 와 큰 피해를 준다.
이렇게 막강한 능력을 지닌 파주주에게 사람들은 소원을 빌고 제사를 지냈다. 그 강한 파괴력을 다른 방면으로 활용해 인간을 보호해주길 바랐다. 즉, 산모와 갓난아기를 죽이는 라마슈투를 파주주가 쫓아주길 기원했다. 악으로 악을 제압하는 것이다.
파주주 같은 악령은 보통 신들의 계획으로 탄생한다.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보면 최초의 인류는 수명이 길었고 죽는 사람에 비해 태어나는 수가 훨씬 많았다. 그 결과 땅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그들이 떠들고 다투는 소리가 하늘까지 들렸다. 시끄러운 소리를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엔릴은 대홍수를 일으키고 가뭄과 전염병을 내려보내 최초의 인류를 모두 멸망시킨다.
지혜의 신 에아의 도움으로 배를 만들어 살아남은 우트나피쉬팀은 깊은 산속에 숨어 살았다. 살아있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에 엔릴이 크게 분노하자 에아는 인간의 생명력을 훨씬 약하게 만들면 된다고 엔릴을 설득했다. 그들의 수명을 짧게 만들고, 병에 걸리게 하며, 유산, 불임, 성 불능을 겪게 하고, 야생동물의 습격을 받게 했다. 이외에도 인간의 수명을 통제할 방법은 많았다. 이 전설은 노아 방주 이야기의 원형 중 하나로 제시된다. 마찬가지로 악령 역시 신들이 보냈다. 그들은 각종 재앙을 통해 죄를 지은 인간을 벌하고 정직한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는 역할을 했다.
파주주를 향한 숭배와 기원은 주로 파주주 조각상이나 부적으로 표현되었다. 조각상은 설화석고나 청동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되었다. 반면 부적은 대부분 홍옥으로 만들었는데 그 위에 파주주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파주주는 개나 사자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하고 있으며 온몸이 비늘로 덮여 있고, 발기한 상태의 남자 생긱기가 뱀의 대가리 형태를 하고 있다. 거대한 맹수의 발을 지녔으며, 등에는 한 쌍 혹은 두 쌍의 날개가 달려 있고, 등뒤에는 전갈꼬리가 붙어 있다. 이 같은 조각상과 부적에 그려진 파주주 형상은 진짜 푸주주의 주의를 끌어 그가 나타나길 바라는 방이나 사람 곁으로 불러들인다. 보통 아이 방이나 문 또는 창문 가까이에 두거나 방바닥에 묻어놓기도 한다. 조각상과 부적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파주주가 자신을 소환한 사람이 아니라 그 몸에 침입한 악마와 맞서는데 힘을 집중시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무슈슈(Mushussu,무슈후슈)
무슈슈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다. 바빌로니아 내부의 8번째 성문인 이슈타르의 문에 조각된 부조가 가장 유명하다. 이슈타르의 문은 신바빌로니아 왕국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지시로 지어졌으며, 여신 이슈타르에게 바치는 문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다. 성문 전체가 유리벽돌로 꾸며져 있으며 무슈슈, 사자, 황소, 그리핀 등의 동물 부조가 장식되어 있다. 원래는 이중문 구조였는데 독일 고고학자가 발굴 당시 너무 큰 외성문은 남겨두고 내성문만 자국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유약이 다소 벗겨지긴 했지만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성문에 새겨진 부조는 무슈슈의 전형적인 형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비늘로 덮인 몸통에 뱀 대가리가 달려 있으며, 벌어진 입에서는 뱀의 갈라진 혀가 튀어나와 있다. 뱀 대가리 형태는 이집트 코브라의 영향을 받았다. 이는 아라비안 반도에 주로 서식하는 독사로 머리 위에 뿔이 우뚝 솟아 있고 머리 뒤로는 둥글게 말린 볏형태가 있는데 중국 용의 뿔과 비슷해 보인다. 꼬리 역시 뱀 꼬리와 비슷한데 높이 치켜들고 있는 모습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앞다리는고양잇과 동물과 유사한데 치타의 다리를 본뜬 것으로 보이며, 뒷발에는 사나운 조류 발톱이 달려 있다. 이를 제외한 다리의 다른 부분은 조류보다는 네발 짐승의 다리와 훨씬 비슷해 보인다. 몸통은 전부 비늘로 덮여있는데 목과 귀 부근에 둥근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 무늬가 털을 나타낸다고 보기도 한다.
무슈슈라는 이름은 붉은 뱀, 분노한 뱀, 화려한 뱀을 뜻한다. 본래 무슈슈는 에슈눈나(Eshnunna)의 지역 신 티슈팍(Tishpak)의 소유였다. 이후 에슈눈나가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 점령당하면서 무슈슈 또한 바빌로니아의 민족신 마르두크 신화에 포함되었고 마르두크와 그의 아들 나부(Nabu)의 것으로 여겨졌다. 이 외에도 다니엘의 외경 부록 '벨과 용'(Bel and the Dragon)에 나오는 용을 무슈슈로 보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별자리 중 히드라 자리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별자리인 뱀 자리의 영향을 받았다. 이 별자리는 사자의 앞발과 날개를 가졌으며 뒷다리는 없고 무슈슈의 머리를 하고 있다.
이슈타르의 문에서 무슈슈를 제외한 다른 존재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동물이다. 그렇다 보니 일부 학자들은 무슈슈 역시 당시 바빌로니아인에게 친숙했던 어떤 생물로 여기고 현실에서 대응되는 존재를 찾고자 했다. 그 결과 이구아노돈이나 시바테륨(아시아에 생존했던 기린의 조상) 또는 이라크 남부 늪지대에 사는 미지의 생물로 추측하기도 했다.
'신화 전설 귀신 요괴 괴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집트 신화 - 베스 / 아누비스 / 암미트 / 타와레트 (0) | 2021.06.30 |
---|---|
고대 근동 신화 - 라마수 / 티아마트 (0) | 2021.06.29 |
고대 근동 신화 - 구갈안나 / 라마슈트 (0) | 2021.06.27 |
고대 근동 신화 - 우갈루 / 안주 (0) | 2021.06.26 |
고대 근동 신화 - 아프칼루 (0) | 2021.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