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칼루(Apkallu)는 수메르어로 아브갈(Abgal)이라 하며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일곱 명의 현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물에서 생겨났기에 잉어로 불렸으며 천상계와 지상계의 질서 유지를 담당했다. 대홍수 전의 인류는 미개해서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하늘의 신이 일곱 명의 현자를 내려보내 인간을 가르치고 문화와 예절, 도덕을 전수했다. 이 일곱 현자의 영향으로 이후 고대 그리스에서도 일곱 명의 현인이 출현한다.
최초로 인간세상에 내려온 현자는 우안나(Uanna), 혹은 우안(Uan)으로도 불린다. 물고기 몸통에 사람 머리와 팔다리가 달려있고 사람 말을 했다. 사람들에게 읽고 쓰기와 계산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도시와 신전을 건설하는 방법과 법전을 편찬하는 법, 국경을 정하고 토지를 나누는 방법을 전파했다. 또한 농작물 재배법과 과실 수확법도 알려주었으며, 신들이 세상을 창조한 과정도 전해주었다.
바빌로니아 신화에도 비슷한 인물인 오안네스(Oannes)가 등장하는데, 베로수스의 바빌로니아誌에 그 기록이 남아 있다. 오안네스는 바빌로니아와 인접한 에리트레아 해에서 출현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물고기 형상인데 물고기 머리 아래 사람 머리가 달려 있다. 사람 말을 하며 물고기 꼬리 밑에 사람 발이 붙어 있다. 낮에는 사람들에게 문자, 기하학을 가르치고, 도시와 신전을 건설하는 방법과 법령을 제정하고 땅을 측량하는 방법을 전수했으며, 이 외에도 씨를 채집하여 심고 가꾸어 수확하는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다시 바다로 되돌아갔다.
오안네스의 출현으로 인류의 미개한 시대는 끝이 난다. 간혹 오안네스를 우안나의 그리스어 표기로 보기도 한다.
하늘이 땅으로 내려보낸 일곱 현자 가운데 일곱 번쨰는 유투아브주(Utuabzu) 혹은 유투아바(Utuaabba)라 불린다. 유투아바는 바다에서 탄생했다는 의미다. 인간에게 지식을 전수하고 교화시켰다는 면에서 우안나와 유사하다.
아카드 신화에는 아다파(Adapa)라는 인물이 출현하는데 아카드 버전의 일곱 현자 중 한 명이다. 그를 수메르신화의 우안나로 보기도 하고, 유투아바와 같은 인물로 간주하기도 한다. 아다파에 관한 전설은 오랜 기간 변화 발전하면서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아다파는 지혜의 신 에아(Ea)의 아들로 에아가 지상으로 파견한 첫 번쨰 현자다. 에리두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하고 에리두 성전의 사제로서 의식을 주관했으며, 성문을 지키고 요리사와 함께 음식도 준비했다.
어느 날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간 아다파는 남풍의 여신 닌릴과 마주쳤다. 닌릴이 바다에서 태풍을 일으키려 하자 아다파는 육지 쪽으로 태풍이 불면 날개를 부러뜨리겠다고 위협했다.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닌릴의 날개 부러져버렸고, 그날로부터 7일간 땅에는 남풍이 불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하늘의 신 아누(Anu)가 시종을 불러 그 이유를 묻자 시종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에 아누는 아다파를 심문하기 위해 에아에게 그를 불러오라고 명했다. 그러자 에아는 아다파에게 가서 머리를 풀어헤치고 상복을 입고 가라고 알려주었다. 이는 천상의 문을 지키고 있는 탐무즈(Tammuz)와 닝기시지다(Ningishzida)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문지기인 두 신이 아다파의 앞을 가로막으며 어쨰서 그런 복장을 하고 있는지 묻자, 아다파는 탐무즈와 닝기시지다가 인간 세상에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라며 두 신을 치켜세웠다. 그러자 두신은 아누 앞에서 아다파의 편을 들어주었다. 사전에 에아는 아다파를 보내면서 아누가 주는 죽음의 음식과 물을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탐무즈와 닝기시지다가 해주는 칭찬의 말을 듣고 아다파의 경건한 모습을 직접 본 아누는 죽음의 음식과 물을 영생의 음식과 물로 바꾸어버렸다. 이를 알리 없는 에아의 충고대로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아누는 역시나 아다파도 보잘것없는 인간에 불과하다며 비웃으면서 그를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낸다.
일반적으로 아다파는 최초의 인간으로 간주하며, 아다파 신화가 아담 이야기와 관련성 있고 그 탄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일부 학자들은 아다파(Adapa)에서 뒷부분의 파pa가 무mu로도 읽혀서 아다무(Adamu)가 되었고, 이후 히브리어로 전해지면서 아담adam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설에서 아다파는 신의 아들이면서 지혜를 지녔지만 영생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 이렇듯 지혜와 영생 모두를 가질 수 없다는 사상은 아담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이야기에서도 그대로 구현된다.
-출처 : 세계괴물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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