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갈루(Ugallu)
우갈루(Ugallu)는 '거대한 폭풍 야수' 라는 뜻으로, 사자 머리에 인간의 몸통을 하고 새의 발을 가졌다. 기원은 BC 2000년경인데 처음에는 인간의 발이었고, 새의 발을 가진 형태는 BC1000년경부터 등장했다.
신화에서 우갈루는 티아마트가 만들어낸 11명의 괴물 중 하나로 나온다.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에 우갈루는 지하세계의 문지기로 그곳을 다스리는 네르갈(Nergal)의 시종으로 알려졌다. 사자머리에 사자 귀가 달렸으며 왼손에는 단도를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쥔 모습으로 묘사된다. 주로 루랄(Lulal)과 함께 출현하는데 둘의 모습은 상당히 비슷하다. 우갈루는 악령을 몰아내는 용도로 주로 왕궁이나 신전 또는 개인 침실 등에 놓였다. 또는 호신용 부적이나 마법 보석에 새겨 넣는 문양으로 사용되었다.
안주(Anzu)
안주(Anzu)는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거대한 괴물 새다. 남풍과 천둥 번개의 화신이며, 사자 머리에 독수리의 몸을 하고 있다. 초기 조형물에서 안주는 정면 대칭으로 날개를 펼친 채 두 발로 짐승을 딛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 짐승은 일반적으로 사자나 수사슴, 산양으로 본다. 또는 산양이 에아(Ea)를 상징하고 수사슴이 닌후르사그(Ninhursag)를, 사자가 닌우르타(Ninurta)를 나타낸다고 보기도 한다. 이는 가장 전형적인 안주의 모습으로, 그 영향을 받은 히타이트인이 머리가 둘 달린 독수리 형상을 만들어 냈다고 알려졌다.
역사적으로 쌍두 독수리는 동로마 제국과 신성 로마제국, 오스트리아 왕실, 제정 러시아를 대표하는 문양으로 여러 차례 사용되었다. 또한, 아카드 왕조의 원통형 인장에도 안주가 엔릴의 심판을 받는 광경이 등장하는데, 상반신은 사람이며 하반신은 새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후 아시리아 제국에서도 사자 몸통에 독수리 날개를 달고, 앞발은 사자 발이며 뒷발은 독수리 발을 가진 형상이 출현했다.
전설에 따르면 안주는 입에서 불과 물을 내뿜으며 거대한 날개를 펄럭여 태풍을 몰고 온다. '안주'(Anzu)라는 이름의 의미는 확실치 않지만 일반적으로 '하늘의 지혜'로 풀이한다. '안'(an)은 하늘의 신 아누(Anu)를 가리키고, '주'(zu)는 지혜를 의미하다 보니, 과거에는 'zu'라는 이름으로 잘못 부르기도 했다. 또는 임두굿(Imdugud)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아카드인이 붙인 이름이라는 설과 수메르인이 부르던 호칭이라는 설이 있지만, '안주'가 아카드어임은 분명하다.
안주에 관한 가장 유명한 기록은 안주서사시에 나온다. 안주가 엔릴에게서 운명의 서판을 훔친다는 내용이다. 전해지는 바로는 운명의 서판에는 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운명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 서판을 차지한 자는 온 세상을 통치하는 최고 권력을 손에 넣는다. 바빌로니아 신화에서 운명의 서판은 본래 티아마트의 것으로 나오는데 이후 킨구(Kingu)에게 넘겨주었다. 그러자 마르두크(Marduk)가 킨구와 전쟁을 벌여 서판을 빼앗고 세상 통치권을 손아귀에 넣는다.
전설에 의하면 안주는 엔릴이 목욕하러 들어간 틈을 타서 몰래 운명의 서판을 훔쳐 산속으로 도망간다. 이에 엔릴이 모든 신을 불러 모은 뒤 안주에게서 운명의 서판을 되찾아오라 명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러자 전생의 신 닌우르타가 나서서 안주를 뒤쫓는다. 닌우르타가 안주를 향해 화살을 쏘자 운명의 서판이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하는 기묘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화살은 공중분해되어 화살대는 등나무 슾으로, 화살깃은 새의 깃털로, 활은 나무로, 활시위는 양의 몸으로 각기 되돌아간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닌우르타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안주의 날개를 찢어 땅으로 떨어뜨린다. 그런데도 안주의 숨이 끊어지지 않자 닌우르타는 그 목을 떼어버리고 운명의 서판을 되찾아 엔릴에게 돌려준다. 아시리아의 아슈르나시르팔 2세는 수도를 아슈르에서 칼후로 옮기면서 이 도시를 닌우르타에게 바친다는 의미에서 님루드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이 도시의 신전에 닌우르타와 안주의 싸움을 소재로 한 부조를 새겨 넣으라고 명했다. 이 부조는 '마르두크가 안주를 무찌르다' 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안주는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등장한다. 유프라테스 강가에 훌루푸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인안나(Inanna)가 이 나무를 자기 정원으로 옮겨 심는다. 나무가 자라면 옥좌와 침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무가 크게 자랐음에도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무뿌리 부근은 뱀이 차지하고, 나무줄기에는 악마 릴리스가 살고 있으며, 꼭대기에는 안주가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길가메시가 나서서 인안나를 도와준다. 그가 나무뿌리에 사는 뱀을 죽이자 놀란 릴리스는 순식간에 도망쳐버리고 안주 역시 새끼를 데리고 산속으로 날아간다. 길가메시는 나무로 옥좌와 침대를 만들어 인안나에게 선물한다. 인안나 역시 나무 그루터기로 만든 북과 나뭇가지로 만든 북채를 길가메시에게 선물한다. 하지만 결국 이 북과 북채 때문에 길가메시의 친구 엔키두는 꿈속에서 저승으로 잡혀가는 운명이 된다.
안주와 길가메시 일가의 인연은 그의 아버지 루갈반다(Lugallbanda)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르크의 평범한 병사였던 루갈반다는 어느 날 우연히 안주의 둥지를 발견한다. 그는 안주의 새끼들을 돌봐주면서 몸에 화려한 장신구도 달아준다. 사냥에서 돌아온 안주는 이를 보고 매우 기뻐하며 루갈반다의 친구가 되어 그를 보호하기로 맹세하고 매우 빠르게 달리는 능력까지 선물로 준다. 안주의 도움으로 우르크 왕의 자리에까지 오른 루갈반다는 여신 닌순(Ninsun)과 결혼해 길가메시를 낳는다.
안주는 에타나 서사시에도 등장한다. 전해지는 바로는 대홍수 이후 신들은 키시에게 왕권을 부여하는데 그는 에타나(Etana) 이전 국왕이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바는 없지만 양치기였던 에타나가 키시 왕국을 통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왕이 되었지만 줄곧 후사가 없었기에 에타나는 깊은 슬픔 속에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깊은 구덩이에 상처 입은 거대한 괴물 새가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구덩이에서 구해내 정성껏 치료해주자 그 보답으로 괴물 새가 그를 하늘나라로 데려간다. 하늘에서 아이를 낳는 약초를 구한 덕분에 이후 키시 왕국의 후계자인 발리가 탄생한다.
대홍수 신화 아트라하시스 에는 안주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하늘을 찢자 엄청난 양의 물이 땅으로 쏟아져 내렸고 그 결과 최초의 인류가 멸망했다고 나와있다. 안주에 관한 전설은 이미 역사 뒤편으로 사라졌지만 이를 근간으로 탄생한 다양한 형상과 전설, 이야기가 현재까지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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