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수(Lamassu)
라마수(Lamassu)는 알라들람무(Alladlammu)라고도 불리는 아시리아 신화에 나오는 수호신이다. 민가에서 처음 출현했으며 보통 라마수를 새긴 진흙판을 출립문의 문지방 아래 묻어두었다고 한다. 이후 왕궁에서도 라마수 조각상을 세우면서 왕실 수호자로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한 쌍의 라무수 조각상이 궁궐 입구나 도시의 성문에 서 있으며 그 크기는 하나같이 거대하다.
라마수 조각상은 사람 머리에 뿔이 달린 관을 쓰고, 황소나 사자의 몸에 한 쌍의 거대한 새 날개를 가졌다. 초기에는 다리가 다섯 개였다. 라마수의 사람 머리는 지혜를 의미하고, 황소나 사자의 몸은 힘을 상징하며, 새의 날개는 민첩함을 나타내는데 뿔이 달린 관은 신성神性을 드러낸다고 알려졌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지만, 옆면에서 보면 천천히 거니는 모양새다. 본래 암컷인 라마수에 대응되는 수컷 형상은 쉐두(shedu)라 부르며, 암컷 라마수를 부르는 전문용어로는 아프사소(apsasu)가 있다.
이처럼 날개 달린 인면수신상은 주로 근동이나 중동 지역에서 출현했다. 라마수 형상이 처음 등장한 건 신아시리아 제국의 티글라트 필레세 2세 때로 권력을 상징했다. 라마수의 모습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천체나 황도대 혹은 별자리에서 유래했으며 라마수는 이들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아시리아인들은 이들을 수호신으로 삼았는데 신화적 의미에서 그 안에 모든 생명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라마수가 언급되는데 여기서는 자연의 정령으로 묘사된다. 그 뒤로 메소포타미아 역사 속에서 지속적인 변화과정을 겪는다. 그리고 신아시리아 시대에 이르러 이처럼 날개 달린 인간 머리의 황소 형상이 라마수로 불리기 시작한다. 수메르 신화에 나오는 여신 라마(lama)를 라마수의 기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데, 여신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층이 여러 겹으로 진 겉옷을 입고 있다. 아카드인은 라마 여신을 라마수로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 후로 날개 달린 황소나 사자 몸에 여신의 얼굴이나 머리가 달린 모습으로 바뀌었다. 또한, 혼란이나 사악한 힘의 침입으로부터 신전이나 왕궁을 지키면서 라마수는 수호신을 의미하게 된다.
고대 유대인은 아시리아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성경 에스겔서를 보면 인간, 사자, 독수리, 황소가 혼합된 이상한 존재가 등장하는데 '네 생물' 혹은 '커룹'이라 부른다. 4 가지 생물은 각각 4대 복음서의 예표로 여겨지며, 사람, 사자, 독수리, 황소에 대하여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의 대응관계는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그중 사자로 상징되는 마가복음과 관련하여 베니스인은 산 마르코(마가)의 유해를 베니스로 옮겨와 도시 곳곳에 날개 달린 산 마르코 사자상을 세운 적이 있다.
티아마트(Tiamat)
에누마 엘리시(Enuma Elish)는 바빌로니아 창조 서사시다. 서사시의 첫 구절을 따서 그렇게 부른다. 중국의 역사학자 라오쭝이는 역서 근동 창세 서사시에서 이 구절을 "하늘 높은 곳에서" 로 옮겼다. 이 서사시는 세상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다. 태초의 세상은 어슴푸레하고 혼돈이 가득했다. 염수를 상징하는 신 티아마트(Tiamat)와 담수를 상징하는 신 아프수(Apsu)는 세상을 가득 채운 태초의 물이었다. 이 두물이 섞여 최초의 신들이 탄생했다. 이때만 해도 티아마트는 평화로운 창조의 신이자 모든 생명을 창조한 만물의 근원으로 여겨졌다.
게속해서 새로운 신들이 탄생하자 그들과 티아마트, 아프수 사이에 분쟁이 시작되었다. 아프수는 새로운 신들이 자신을 죽이고 자기 자리를 빼앗으려 할까봐 불안했다. 이에 새로운 신 에아는 아프수가 자신을 없애려 한다는 걸 알아차리고 먼저 그를 붙잡아 가두고 깊은 못을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킨구는 에아 편에 서지 않고 에아가 벌인 모든 짓을 티아마트에게 알렸다. 화가 난 티아마트는 킨구에게 운명의 서판을 주면서 그와 함께 싸우기로 결심했다. 전쟁에 나서기 전 티아마트는 11 명의 괴물을 낳아 킨구에게 지휘권을 맡겼다.
티아마트는 에아에게 승리하지만 결국 태양의 신 우투의 아들 마르두크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마르두크는 사악한 바람을 일으켜 티아마트를 무방비 상태로 만든 뒤 화살을 쏘아 목숨을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지팡이로 티아마트의 머리를 공격하고 혈관을 잘라버렸다. 그런 뒤 그 몸을 둘로 갈라 갈비뼈로 하늘의 둥근 천장을 만들었는데, 꼬리는 은하수가 되었고, 흐느낀 두 눈에서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생겨났다. 킨구는 마르두크에게 목이 잘렸다. 마르두크는 킨구의 피와 티아마트의 몸으로 이루어진 땅의 붉은 흙을 섞어 사람을 만들어 신들을 위해 일하게 했다.
티아마트는 주로 용이나 용의 꼬리를 가진 모습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에누마 엘리시에는 그 모습을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꼬리와 허벅지가 있고 하반신은 동시에 움직이며, 복부, 유방, 갈비뼈, 목, 머리, 눈, 콧구멍, 입과 입술 그리고 내장기관으로는 심장, 동맥, 피가 있다고 되어 있다.
문화권마다 마르두크가 티아마트를 죽이는 이야기와 비슷한 신화가 존재한다. 여호와가 리바이어던을 죽이고, 닌우르타가 안주와 싸워 이기고, 바일이 바다의 신 얌을 물리치고, 아폴론이 피톤을 쏴 죽이고, 헤라클레스가 라돈과 히드라를 쓰러뜨리고, 성 조지가 용을 무찌른 이야기를 비롯해 중세기에는 용을 죽이는 갖가지 신화가 등장한다. 이러한 신화는 인류가 모계 중심 사회에서 부계 사회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티아마트와 용 같은 고대의 괴물 형상은 과거 오랫동안 숭배의 대상이었던 위대한 어머니 여신에 뿌리를 두기 때문이다. 숭배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었으며 여신들은 숭고하고 온화했다. 그런 여신들이 신화 속에서 폭력적이고 악명 높게 묘사되면서 남신 영웅들에게 끊임없이 정복당하고 죽임당했다. 이는 남신 중심의 신앙이 여성 중심의 母神신앙을 무러뜨리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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