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이 좋아질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채권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금리(수익률)와 채권 가격의 관계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상직적으로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건 얻을 수 있는 이자 소득이 늘어난다는 뜻인데 어째서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걸까?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다른 투자 상품은 투자 수익률이 오를 때는 해당 상품의 가격도 함께 오른다.
경제 뉴스와 금융 리포트에서 채권을 말할 때 사용하는 '금리'와 '가격'이라는 단어가 채권증서에 쓰인 '이자율'과 '액면가' 가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채권이 다른 투자 상품과 달리 일정 기간이 흐른 뒤 거둘 수 있는 수익이 애초에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채권의 오해와 진실
미국과 터키가 한창 관세전쟁을 치르던 2018년 8월에 나온 기사를 보자.
터키의 통화위기가 유럽 등 다른 국가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 매수가 늘면서 국채 금리는 내렸다. 달러와 미 국채 선호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세(채권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터키 금융 시장 불안에 따른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미 국채 매수가 증가하면서다. 뉴욕 채권 시장에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53% 떨어진 연 2.6%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76% 내린 연 2.895%였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064% 떨어진 3.017%를 나타냈다. 국채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 한국경제, 2018/8/12
이 기사를 보고 무슨 내용인지 100% 이해한다면 채권을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경제지식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해가 잘 안될 수 있다. 터키의 경제적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미국 달러와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사실까지는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채권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채권 가격은 상승세를 탔다는데 왜 국채 금리는 떨어진 걸까?
"국채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라는 말이 기사에 나와 있기는 하지만 대체 왜 그렇다는 건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우선 채권이 무엇인지 그 뜻부터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채권을 쉽게 설명하면 '다른 이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은 차용증서' 라고 할 수 있다. 차용증서에 언제까지 돈을 갚을지, 이자는 얼마인지, 이자는 나눠서 지급할 건지 아니면 만기에 원금과 합쳐서 지급할 건지, 복리 이자로 할 건지 아니면 단리 이자인지 등을 쓰는 것처럼 채권에도 같은 내용들이 들어간다. 다만 그 항목들을 부르는 용어가 다르다.
우선 가장 일반적인 형식의 채권인 '이표채(coupon bond)' 란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나눠서 지급하는 채권을 말한다. 이표채 채권에는 만기 상환금액인 '액면가(par value)', 돈을 지급하는 날짜인 '상환일(maturity)', 매년 채권 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율을 뜻하는 '표면금리(coupon rate)' 가 나와있다. 이자는 채권에 따라서 발행한 후 3개월, 6개월, 1년 등 일정 기간이 될 때마다 나눠서 지급하게 된다. 차용증서와 마찬가지로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돈을 빌릴 것이고, 이자는 몇 %로 해서 얼마마다 지급하겠다는 내용들이 기재되어 있다. 채권 자체가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공공기관 등이 거액의 돈을 불특정 다수에게 한 번에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용증서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다만 채권은 증권 시장에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금융 상품이라는게 차이점이다.
투자자 입장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이익을 거두는 방법은 2가지다. 시세차익을 얻거나 배당을 받아 부가적인 이익을 얻는 식인데, 채권 투자자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익을 얻는다. 주식 투자에서 시세차익을 거두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식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그 차액이 그대로 이익이 된다. 채권 투자자 역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을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채권은 만기상환일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액면가보다 싸게 사서 만기상환일까지 보유하면 이익을 얻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거둔 이익을 자본이익이라 하고, 반대로 액면가보다 비싸게 사서 만기상환일까지 갖고 있다가 손해를 봤다면 자본손실이라고 부른다. 시세차익과 자본이익 외에도 채권은 정해진 이율대로 이자를 지급해 부가적인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
채권 금리와 가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리와 가격이란 단어가 가리키는 대상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사나 리포트에서 말하는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종이 채권에 인쇄된 이자율과 액면가를 말하는게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금리라는 단어는 해당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보유할 때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을 뜻한다. 또한 채권 가격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해당 채권의 매매가격을 의미한다.
세상에 어떤 별난 일이 벌이진다고 해도 이미 종이에 인쇄된 액면가와 표면금리 자체는 결코 달라질 수 없다. 그때그때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건 시장에서 유통되는 거래가격과 해당 채권을 샀을 때 기대되는 투자 수익률 뿐이다. 금융기관과 얼논에서 말하는 금리와 채권 가격이 시장에서 투자 수익률과 거래가격에 해당된다는 사실부터 인지해야 한다. 그것이 채권 금리와 가격의 관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당연하다고 여기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채권 금리와 가격이란 표현을 표면 금리와 액면가로 오해한다.
투자 수익률이 올라가면 해당 투자 상품의 매매가격도 올라가고, 반대로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면 매매가격도 떨어지는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주식,부동산 등은 그렇다. 그런데 채권은 금리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채권은 다른 투자 상품과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 즉 만기 때 거둘 수 있는 이익이 이미 정해져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채권은 만기 때 소유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과 일정 기각마다 받을 수 있는 이자의 이자율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만기 때까지 보유했을 때 거둘 수 있는 이익이 미리 정해진 상품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채권을 싸게 살수록 투자 수익률은 올라가고, 비싸게 살수록 투자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 벌 수 있는 돈이 정해져 있다면 결국 싸게 살수록 이익이 커지는게 당연하다. 그래서 채권 매매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액면가가 100만원이고 시장에서 거래되는 매매가도 100만원인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채권을 사면 1년 후에 이자 5만원을 합쳐 105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채권의 연간 투자 수익률은 5%에 해당된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가격이 95만원으로 떨어졌다. 지금 이 채권을 95만원에 사고 1년 후에 105만원을 받는다면 연간 투자슈익률은 약 10.52%가 된다.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돈이 105만원 으로 정해져 있으니 채권 가격이 떨어질수록 투자 수익률이 커지는 것이다.
반대로 100만원짜리 채권의 가격이 105만원으로 5만원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1년 뒤 만기 상환 때 돌려받는 돈과 같은 액수다. 투자를 한다고 해도 아무런 이익을 거둘 수 없다. 연간 투자 수익률이 0%이므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채권 가격이 5만원 오르면 5%였던 투자 수익률은 0%로 뚝 떨어져버렸다. 이것이 바로 채권 가격과 투자 수익률이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다.
채권 가격이 달라지는 이유
그렇다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 가격이 왜 달라지는지 알아보자. 다른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채권 가격도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으면 당연히 가격이 뛰고, 수요가 공급에 비해 적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공공기관, 기업 등 대규모 발행처가 공급하는 채권의 공급 물량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큰 변동이 없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채권 가격 변동은 주로 얼마나 많은 투자자가 채권을 찾는지, 즉 수요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기준금리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에는 앞으로 그 나라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투자자들은 기준금리가 오를지 내릴지, 중앙은행이 1년에 몇 차례나 기준금리를 변경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움직인다. 기준금리는 채권 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 상품의 상대적인 수익률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기준금리에 따라 민간 금융기관이 결정하는 시중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액면가와 매매가가 100만원이고 1년 뒤에 5만원의 이자를 받는 채권을 다시 떠올려보자.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에서 결정한 시중금리가 3%라면 채권의 연간 투자 수익률이 2% 더 높으니 채권에 투자하는게 이득이다. 투자자라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은행의 금리가 10%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1년간 은행에 100만원을 저축하기만 해도 110만원이 된다. 그러면 1년 뒤에 105만원만 돌려받는 채권을 살 사람은 아무도 없어진다. 결국 이 채권은 찾는 사람이 줄어들어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시중금리가 갑자기 3%에서 10%로 훌쩍 오르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지만, 물론 이처럼 금리가 확 튀어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시장에서 유통되던 채권들의 상대적인 투자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들이 금리 수준을 반영해 더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게 되기 때문에 이자율이 낮은 기존 채권들은 수요가 더 떨어진다. 수요가 적어지니 당연히 채권 가격도 떨어진다.
채권 종류
채권은 이자 지급 방식에 따라 이표채, 할인채, 복리채, 영구채로 나뉜다. 이표채는 정해진 기간마다 이자를 나눠서 지급하는 채권을 말하며, 할인채는 처음 발행처에서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팔면서 받는 발행가격이 채권에 적힌 액면가격보다 낮은 채권을 말한다. 발행가격이 액면가격보다 낮은 만큼 액면가격에서 발행가격을 뺀 금액이 사실상의 이자다. 복리채는 중간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그 이자만큼을 원금에 더해 복리로 이자를 계산하는 채권이다. 투자자는 만기 상환 때 원금과 복리로 계산된 이자를 한 번에 지급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영구채는 빚을 갚는 시점을 뜻하는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채권이다. 일정 기간 전까지 이자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채권이다. 영구채라고 불리긴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행처에서 돈을 갚을 수 있는 조건이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어서 조건이 충족되면 원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
어디서 채권을 발행했느냐에 따라서 종류가 구분된다. 이름을 부면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국채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 지방채는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이다. 회사채는 주식회사가 발행한 채권이고, 금융채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이다. 만기 상환 기간에 따라서도 나누는데, 만기 1년 이하는 단기채, 1~5년 사이는 중기채, 5년 이상이면 장기채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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