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법인세
2018년 1월 매년 초마다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알리는 연두교서(Staste of the Union Address)라 불리는 연설을 했는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 한 흑인 용접공을 초청했다. 연두교서 연설 도중 그를 가리키면서 박수를 보내기도 했는데, 대통령을 따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당시 미국 권력자들이 용접공에게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가 용접공 코리 애덤스를 의회로 초청한 이유는 그의 사례를 통해서 자신이 추진한 법인세 감면 정책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걸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기업들이 순이익이 몇 %올랐고, GDP 성장률이 4%가 넘었다는 딱딱한 표현 대신 자신이 밀어붙인 감세 정책 덕분에 임금이 오른 흑인 노동자의 실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즉 성과를 사람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법인세와 경제의 상관관계
트럼프가 추진한 감세 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자. 2017년 12월에 통과된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최고 35%였던 법인세 세율을 21%로 한꺼번에 낮추는 것이었다.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법인세를 21%로 통일한 것이다. 법인세는 기업들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매기는 세금인데, 최고 과세 구간에 속해서 이익의 35%를 세금으로 납부했던 기업들도 감세 정책 덕분에 직접적인 이익을 얻게 되었다. 국가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든 만큼 기업들은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법인세 인하가 결정되었을 무렵, 영국의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즈는 법인세 인하로 미국 기업의 순이익이 평균 10%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법인세를 깍아줌과 동시에 미국 기업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자국으로 갖고 들어오면 한시적으로 법인세보다 낮은 15.5%의 세금만 매기는 감세한도 통과되었다. 세금을 적게 매길테니 그동안 외국에 쌓아두고 있던 돈을 미국으로 갖고 와서 투자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라는 취지였다.
법인세 인하 효과는 어땠을까? 세재 개편안은 2018년 1월부터 적용되었다. 단기간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그해 2분기 GDP 성장률을 두고 대대적인 법인세 감세 정책의 효과라는 시각이 많다. 미국 경제는 순탄하게 잘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법인세 감세 정책을 시행한 이후 2018년 2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분기 기준으로 4년 만에 가장 높은 연환산 성장률 4.2%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그해 6월 기준 4.0%로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흑인 실업률이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낮은 5%대까지 떨어졌다.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인 성장률과 실업률이 이렇듯 좋은 수치를 기록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18년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된 직후 라디오에 나와 "우리가 무역 적자를 반으로 줄이면 성장률이 8~9%에도 이를 수 있다" 라고 말했다. 물론 3-4 분기에 접어들어 셧다운 여파와 계절적 요인으로 성장률이 감소했지만, 2분기 기록은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어찌되었든 중국과 대대적인 무역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2018년 2분기 미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법인세 감면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세율을 최대 35%에서 21%로 줄여준 것이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끈 주된 동력이었다고 보고 있다. 법인세 감세가 불러온 긍정적 효과에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법인세를 더 내릴 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을 팔 때 매기는 양도세 세율도 내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를 깍아준 게 경제 성장과 실업률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세금을 깍아준다고 해서 경제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가 미국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친기업적인 세제 개편에 기업들이 열렬히 화답한 덕분이다. 실제로 법인세 인하가 결정되자 추가적으로 얻게 될 이익을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이고 보너스를 주는데 쓰겠다고 나서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AT&T, 월마트, 애플, 월트디즈니, 스타벅스, 아메리칸항공 등 많은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15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월마트는 2018년 1월 11일 시간당 9달러이던 기존의 최저임금을 11달로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월마트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는 년간 3억 달러(약 3,200억 원)가량이었다. 법인세 인하로 추가로 얻게 되는 이익의 15%가량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공장건설과 같은 설비투자와 기업 인수합병 역시 활발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회사 피아트 크라이슬러 오토모비스는 미시간주에 있는 공장에 10억 달러, 한화 약 1조 1,290억 원을 투자해 일자리 2,500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애플 역시 미국 정부의 감세 정책에 화끈하게 보답했다.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 2,500억 달러(약 282조 원)를 미국으로 들여오고, 그에 대한 세금으로 380억 달러( 약 42조 원)를 납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2018년부터 5년간 미국에 일자리를 2만 개 더 만들고, 2번째 본사를 짓는 등 3,500억 달러(약 394조 원)의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해외에서 벌어서 쌓아두고 있었던 이익에 대한 세금이 대폭 낮아진 만큼 그 돈을 본국으로 갖고 들어와 재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법인세 인하로 대표되는 세금 감면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머릿속에 나온 게 아니다. 그의 소속 정당인 미국 공화당은 원래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감세 정책을 꾸준히 당론으로 추진해 오고 있었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줄여야 경제가 더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공화당의 기본 철학이다. 세율을 낮추면 당장에야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은 줄어들겠지만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제 규모가 더 커지고,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늘어나면 전체적인 세수도 늘어난다는 게 주요 논리다. 세율보다는 전체적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의 액수가 중요하다는 주장으로, 경제가 잘 돌아가면 인위적인 분배정책을 내놓지 않더라도 국민들의 소득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법인세 감면과 규제 완화를 통해 해외에 나갔던 미국 제조업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해외로 나간 자국 제조업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유도하는 정책을 '리쇼어링(Reshoring)'이라고 한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작된 리쇼어링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대통령과 집권당이 내놓은 경제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가 경제고통지수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에서 경제성장률을 뺀 수치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질수록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도 좋아진다는 공식이다. 2018년 6월 미국 경제고통지수는 장기호황을 달리던 1990년대보다도 더 좋은 수준이었다.
부작용 시비
급격한 법인세 인하가 불러올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의 지적도 있다. 2018년 3-4 분기 경제성장률에서 드러났듯이 그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법인세 인하로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이 늘어나도 그 혜택의 대부분을 소수의 부유층이 가져간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인세 인하로 늘어난 이익을 대부분 자사주를 사들이고 배당금을 늘리는 데 쓰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이란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는 걸 말한다.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이게 되면 기업으로선 지분율이 높아져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유리해진다. 또한 기업이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이면 그만큼 주가가 높아져서 주주들은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 배당은 주주들에게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나눠주는 걸 말하는데, 이 역시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 법인세가 인하되면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런 보너스는 대부분 일회적인 이벤트인 경우가 많다. 노동자의 소득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다. 실제로 예상했던 바와 같이 2018년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세금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감세 정책을 추진할 당시 미국 싱크탱크 CRFB(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에서는 감세 정책으로 10년간 5조 8천억 달러, 우리 돈 약 6,540조 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 중 3조 6천억 달러( 약 4,060조 원)는 트럼프 정부의 설명대로 감세로 경제가 활성화되면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세금을 통해 마련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2조 2천억 달러 (약 2,480조원)는 결국 정부 부채로 메워야 한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감세 정책으로 줄어든 세금의 상당부분을 공공부채로 감당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 정부의 재정 적자가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일부에서는 2018년 2분기 미국경제가 거둔 높은 성장률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바라본다. 즉 3-4분기 부빈이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앞두고서 높아질 관세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수출 일정을 앞당긴게 GDP 성장률을 견인했다는 주장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는 2018년 3~5월에 중국으로 수출된 미국산 대두의 물량이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9,400%나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미리 수입을 하느라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났고 이 같은 밀어내기 수출이 GDP 상을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본격적으로 보복 관세가 부과되면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한동안 2018년 2분기와 같은 GDP 상승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
상기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들은 한마디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 볼 수 있다. 재정적자가 늘어날 것이고 무역전쟁 때문에 수출을 앞당겨서 일시적으로 GDP가 올랐을 뿐이라는 식의 주장은 당장 GDP 실적 그래프가 보여주는 성과에 대한 트집잡기다. 어느 정권이든 경제실패에 대한 핑계와 변명거리는 있기 마련이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해서 일시적으로 GDP가 올랐다는 식의 주장은 마찬가지로 중동 석유가 어떻게 올라서 , 원자재 값이 어떻게 되어서 이러저러하게 되었다는 사후 분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적표다. 트럼프는 집권기간 동안 분명히 2000년대 들어 미국 경제사상 최고치의 경제성적표를 거두었고 1990년대 호황기보다도 우수한 경제성장 실적을 이루어냈다. 물론 경제성장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중국이 2018년 말에 우한 지역에서 바이러스를 다분히 의도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퍼뜨렸기 때문에그에 따른 경제피해 때문에 트럼프 집권 말기에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것은 철저히 중국이라는 외부요인에 의한 데미지이므로 전체적인 트럼프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확실히 우수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법인세 인하는 경제 성장에 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노동자에 대한 보너스가 일회성이고 자사주 매입 등으로 경영권 방어하는데 쓰였다는 비판 등은 그야말로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당연히 경영권을 가진 사람은 경영권 방어를 하고 싶은 것이고 노동자는 보너스를 주면 당연히 이득이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정신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노동자의 임금이 오르거나 보너스를 받고 경영자가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것은 자유 경제의 당연한 생리다. 경영권을 방어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경영을 잘했느냐 못했느냐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꼬치꼬치 그 과정이나 의도를 따지고 들어서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경제 규제 정책을 상대적으로 많이하던 미국 민주당 집권시기와 반대로 법인세 감세 정책을 밀어붙인 트럼프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비교해보면 답은 감세정책 기조가 경제에 도움이 되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의도,과정을 비판만 했지 그러한 비판대로 하면 경제성장 되는가 하면 그런 증거는 찾기 어렵다.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목적은 그 경제정책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상기의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도대체가 경제성적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비판을 위한 비판을 소개는 했지만 결코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알 수 있다.
한국도 트럼프의 경제정책 성공사례를 통해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로 하고 있어 결과는 참혹하다.
자유주의 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를 해야하는데 문재인 정권은 다분히 공산주의식 경제정책으로 자유시장경제를 교란하고 있다.
'경제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년필과 갈대/소금을 얻는 방법/정보 기억/젊은 뇌 이식 (0) | 2021.06.19 |
---|---|
젖은 신발 냄새 빼기/주방 기름때를 맥주로?/냉장고 악취를 소주로? (0) | 2021.06.05 |
경제상식 17 채권 (0) | 2021.06.02 |
경제상식 16 경기선행지수 (0) | 2021.06.01 |
경제상식15 경제법칙 (0) | 2021.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