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통계의 비밀
2018년 10월 기준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취업자는 2,709만 명이다. 1년 전보다 6만 4천명 늘어났다. 2017년에는 매달 1년전과 비교해 취업자 수가 30~40만 명씩 증가했다. 2017년 통계와 비교하면 확실히 취업자 수가 30만~40만 명씩 증가했다. 2017년 통계와 비교하면 취업자 수 증가폭이 줄었지만 어찌되었든 2018년 취업자 수가 줄지는 았았다.
2018년 10월, 만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고용률은 61.2 %로, 2017년 10월에 비해 0.2% 떨어졌다. 고용률은 같은 해 2월부터 9개월 연속 떨어졌는데,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비율인 실업률은 3.5%로 1년 전에 비해 0.3% 올랐다.
한국에서는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를 계산할 때 만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 전체 만 15세 이상 인구 중에서 일하고 싶은 의지와 능력이 있는 인구만 따로 추려내서 경제활동인구라 부르는데,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을 취업자로 구분한다. 여기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시도했지만 취업하지 못한 나머지 사람이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전체 만 15세 이상 인구의 숫자로 나눈 값이고, 실업률은 실업자 수를 경제활동 인구로 나눈 값이다.
취업자 수나 고용률, 실업률 같은 일자리 관련 통계를 작성할 땐 바로 전달과 비교하지 않고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다. 그건 고용 통계의 경우 시기와 계절에 따라서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시즌과 맞물린 2~3월에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졸업생들이 고용 시장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실업률이 갑자기 높아진다. 그러다가 시간이 몇 달 흘러 취업 시즌이 끝난 뒤에는 다시 실업률이 떨어진다. 또 일용직 일자리인 경우에는 계절적 요인이 일자리 공급과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어서 전달과 비교하면 오차가 커질 수 있다. 조사를 하는 달에 휴가철이 있는지, 연휴나 명절이 있는지에 따라서 고용률, 실업률 통계가 몇 달 사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바로 전달과 비교하는 것보다는 계절과 시기적 상황이 비슷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는게 좀 더 정확하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일자리 통계를 분석하고 있다.
2018년은 2017년에 비해 취업자 수 증가폭이 확연하게 꺽였다. 단순히 증가폭이 꺽였다고 해서 고용 참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2018년에 늘어난 일자리 절반 이상이 경제가 성장해 민간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8년 1~8월 사이 취업자 수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만 7,356명이 늘어났지만, 이 중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공행정 분야 일자리는 6만 6,923개였다. 공공행정 분야에선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취업자수가 6.5% 증가했다. 민간분야 치업자 수는 4만 433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0.2%만 늘어났을 뿐이다. 취업자 수가 늘어난 증가율만 놓고 보면 공공행정 분야 증가율이 민간 부문 증가율보다 무려 33배나 높았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취업자 수만 늘어나면 되지 왜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 큰 문제가 불거진다. 2018년 기준 전체 취업자 중에서 공공행정 분야에 속한 취업자는 4.2%에 불과하다. 그런데 늘어난 취업자 수를 보면 전체 고용시장의 4.2%에 불과한 공공행정 분야에서 만들어진 일자리 수가 민간 분야에서 나온 일자리 수보다 약 1.7배나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공기업과 공공기관까지 동원해 공공근로 성격의 단기 일자리를 대량으로 늘렸다고 지적한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든 없든, 부작용이 생기든 말든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몇만 명씩 늘고 있는데 왜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오는 걸까? 왜 취업자 수 증가폭은 계속해서 일정 규모 이상으로 늘어나야만 하는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보다 더 많은 여성과 노인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취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과거와 달리 주부이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업 시장 밖에 머물지 않는다. 성인이 되거나 대학을 졸업하면서 새롭게 취업 시장에 유입되는 인원에다 일하기를 원하는 여성과 노인 인구까지 감안하면 취업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10만 명대는 늘어나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자리를 구하는 경제활동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취업자 수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인구구조 문제
매년 GDP가 2~3%씩 성장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도 계속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취업자 수가 일정규모 이상씩은 늘어나야 경제도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을 해야만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일자리가 충분하지 못하다면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18년 한 해 동안 늘어난 취업자 수는 2017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무리한 정책의 부작용으로 경제가 활력을 잃고 기업과 영세 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빠지면서 결국 일자리도 줄어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공산주의식 좌파 경제정책인 소위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자들은 이것을 인구구조 탓으로 돌린다. 취업자 수의 증가폭이 줄어든 이유가 일할 수 있는 연령대 사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즉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가 원인이라는 주장인데, 실제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부터 감수추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노동력을 갖고 있는 생산가능인구 숫자가 줄어드니 취업자 수도 과거만큼 증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구조가 어느날 갑자기 바뀌는 것도 아닌데 이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다.
그럼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것이 취업자 수 증가폭이 꺽인 가장 큰 이유라는 공산주의식 주장에 대해 어떤 반론을 내놓을까? 전문가들은 취업자 수 통계가 계산되는 방식을 보면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취업자 수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취업자 수는 만 15~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만을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다. 통계청은 15세 이상의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해 나이가 65세 이상이더라도 일을 하고 있다면 취업자로 집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구조가 취업자 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생산가능인구가 아니라 경제활동인구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줄어들었다면 실업자 수도 비슷한 비율로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실업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8년 9월 고용동향 자료를 분석해 보면 30~59세 사이 남성들 숫자는 1년간 6만 8천여 명이 줄어들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이 연령대 남성들의 고용률은 90.3%에서 89.4%로 0.9% 낮아져 취업자 수가 17만 9천명이 줄어들었다. 인구가 줄어드는 폭보다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폭이 훨씬 더 큰 것이다. 인구 구조를 핑계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려면 실업자 수도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실업자 수가 많다. 한마디로 '소득주도성장'은 거짓이요,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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