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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

경제상식 9 가계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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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이유

가계부채란 가계, 그러니까 가구나 가정이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가계는 정부, 기업이 아닌 개인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니 그냥 '국민 개인' 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이 주택 구입이나 상품 구입, 전세보증금 마련 등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바로 가계부채에 해당한다. 개인들끼리 따로 빌리고 빌려준 돈은 가계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가계부채는 크게 2종류로 나뉘는데 먼저 금융기관(은행,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으로부터 개인이 직접 밀린 가계대출이 있고, 카드 대금이나 할부금 등의 판매신용이 있다. 우리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고나서 아직 카드사에 입금하지 않은 돈이나 할부금융 회사를 통해 구입한 물건의 남은 할부금액 등이 후자에 포함된다. 1,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에서 판매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86조원이니 대부분의 가계부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으로 한국 가계부채는 1,493조 2천억원이다. 이는 3개월 전인 2019년 3월에 비해 약 25조원이 늘어난 수치다. 1년 전인 2017년 6월에 비해서는 무려 7.6%가 늘어났다. 가계부채가 1,500조원대를 돌파한 2018년 9월엔 3개월 전인 2018년 6월에 비해 가계부채가 약 22조원(1.5%) 증가했다. 1년 전인 2017년 9월에 비해선 약 95조원(6.7%)이 늘어난 셈인데, 다행히 2016년 12월 11.6%의 년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8년 9월까지 1년 9개월 동안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속도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좋아진 건 없다. 우선 매년 가계부채가 7%씩만 늘어나도 10년 후면 전체 부채규모가 2배가 된다. 년 7% 증가율도 작은 숫자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개인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버는 돈보다 빌린 돈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사용하는 잣대가 바로 부채 증가율에서 소득 증가율을 뺀 값이다. 이를 가계부채 증가속도라고 부르는데, 한국은 2009년 부터 2016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년평균 3.1%였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에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를 뺀 값으로, 같은 기간 OECD 가입국 29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0.4%였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와 개인 소득 증가속도가 비슷한 반면 한국은 그 차이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빠르게 가계부채가 늘어날까? 1,500조에 달하는 돈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빌렸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의 2018년 2/4분기 중 가계신용 보고서에서는 2018년 2분기 가계부채가 3개월 전에 비해 약 25조원 늘어났다고 설명하면서, 늘어난 빚의 절반가량(12조 8천억 원)이 예금은행에서 빌린 돈이라고 언급한다. 여기서 예금은행이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과 같은 제2금융권 업체들을 제외한 규모가 큰 시중은행을 뜻한다. 이런 시중은행들을 통해 3개월 동안 12조 8천억 원의 대출이 이뤄졌다는 계산이다. 이 중에서 집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이 약 6조원이었다. 그리고 전세 대출과 신용 대출,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기타 대출이 6조 8천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2018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약 44만 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인 점을 들어 중도금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집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을 합하면 2018년 6월 기준으로 587조 7천억원에 달한다. 전체 가계부채의 약 40%에 해당하는 핵수다. 한국 국민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의 40%는 집을 담보로 잡히고 빌린 돈이라는 뜻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문제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록적인 저금리가 이어진 것도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근본 원인 중 하나다.

 

 2018년 한 해 동안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다며 대책을 내놓았다. 실제로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2018년 3분기에 3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가 집을 담보로 빌리는 주택담보대출을 주로 규제하면서 대출자들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다 대출로 몰려서 생긴 이른바 '풍선효과(한 부분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는 현상)'가 생겨났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2018년 2분기엔 기타 대출이 6조 8천억원 늘어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6조원)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였다.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채무, 즉 빚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절하게 돈을 빌려서 잘 활용하기만 하면 개인들의 경제 활동과 국가경제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창업비용 1억원이 부족하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때 1억원을 빌려서 사업을 시작하고, 해당 사업으로 원금과 이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빚을 적절하게 잘 활용한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적절한 액수의 돈을 빌려 착실하게 잘 갚아나간다면 이 또한 빚을 잘 활용한 사례다.

 사람들이 빚을 적절히 활용해서 소비를 하거나 사업을 한다면 국가 경제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 역시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빚을 얻어 새로운 새업에 진출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거두고 있다. 순수하게 자기자본만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빚도 지나치게 많아지면, 그러니까 갚을 수 있는 능력보다 더 큰돈을 빌리기 시작하면 심각한 문제가 야기된다. 특히 경기 침체가 닥쳤을 때 사람들이 과도한 빚을 지고 있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더 크게 증폭되어 나타난다. 빚이 과다하면 불황에 접어든 경제를 다시 살리는 게 더 어려워진다.

 

 한국은행에선 '빚을 갖고 있는 가계의 소득과 자산 규모를 놓고 봤을 때 가계부채 건전성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소득 기준 상위 30%인 고소득자들이 전체 가계대출의 64.1%를 갖고 있고, 신용등급 1~3등급 고신용자들이 가계대출의 69.7%를 빌렸다는게 그 근거다. 고소득자와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들은 빚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한국은행 역시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상황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는 부분에선 우려를 표했다. 가계부채가 지나치게 늘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인 것이다. 대출금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소득이 적고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들, 공식용어로는 취약차주들이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들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게속해서 신경 써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당연히 돈을 빌린 사람들이 내야 하는 대출금리도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대출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일수록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저소득 대출자들은 제1금융권 은행에서는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 높은 금리를 내면서 상호금융이나 카드사,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권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취약차주란 말은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소득 하위 30%의 저소득자 또는 신용등급 7~10등급 사이의 저신용자를 말한다. 그리고 2018년 6월을 기준으로 한국에는 이런 취약차주들이 149만 9천명 있다. 취약차주들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가계대출의 6%인 85조 1천억원에 달하는데, 특히 여기서 주의깊게 봐야 할 점은 이들이 빌린 돈의 65.5%가 은행보다 이자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이란 점이다. 이 말은 곧 돈이 없는 저소득자들일수록 더 높은 이자를 물고 돈을 빌리고 있다는 뜻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저소득자들이 입는 타격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경제가 되살아나면서 그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미국의 기준금리고 계속해서 오를 전망이다. 이미 2018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의 기준금리(1.75%)는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보다 낮다. 미국 연준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고, 그러면 한국도 따라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 말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개인들이 감당해야 하는 이자비용이 향후 늘어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전체 가계부채 규모가 1.500조 원이나 되다보니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만일 취약차주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일이 많아지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운영도 어려워지게 되고, 이는 국가 전체의 소비와 성장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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