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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

경제상식 8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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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한 앞날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 처음 도입되었다. 국민연금은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연금제도로, 도입 30년 만에 기금액이 635조원(2018년 기준)을 넘길 정도로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이는 전세계 연기금 가운데 3번째 규모다. 2018년 보건복지부 산하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화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2040년대 초반이면 2,5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20년이 지나면 기금 규모가 4배가량 늘어난다는 예상이다. 아직까지 대다수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연금 규모의 확대는 반가운 소식이다. 국민연금 규모가 커질수록 이에 의지하는 국민들의 노후대책도 탄탄해질까?

 

 국민연금을 둘러싼 전망은 장밋빛보다는 잿빛에 더 가깝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2040년 초반 정점을 찍은 뒤 급속도로 줄어들어 2050년대 중후반이면 고갈될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이 역시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이다. 애초에 기금 고갈 시기로 예측했던 2060년보다 그 시기가 3~4년 더 앞당겨졌는데, 2,500조원 규모의 돈이 불과 10여년 만에 눈 녹듯 사라질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한국에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국민연금은 기금 적립금이 635조원에 달하지만 '국민 모두의 돈' 이기 때문에 국민 누구의 돈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게 현실이다. 635조원 기금을 전세계 자본시장에 원활히 투자하도록 지휘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부장 자리가 한때 1년 3개월가량 비어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사태가 악화되어 매달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가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그때부터는 연금을 못받게 되는 걸까? 

 

국민연금 고갈

 국민연금 제도는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보험과 마찬가지로 보험 가입자들에게 돈을 거뒀다가 수령 자격을 갖춘 가입자들에게 나눠주는 제도다. 가입 대상자가 사실상 전 국민이고, 강제적으로 월급에서 돈을 떼어가는게 다를 뿐이다. 국민연금 제도는 1988년 처음 도입되었는데,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들과 이들을 고용한 기업들로부터 각각 일정 금액의 보험료를 받아 적립하는 식이다. 이후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은퇴한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소득이 없거나 큰 폭으로 줄어든 고령자들이 인생의 황혼기에도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게 도입 목적이다.

 국민연금은 도입된 지 30년 만에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으로 성장했다. 이는 2018년 정부 예산인 429조원보다도 훨씬 큰 큐모다. 대부분 직장인이 매달 월급의 9%를 꼬박꼬박 국민연금에 내고 있기 때문인데, 직원이 월급의 4.5%를 납부하면 회사 역시 4.5%를 내는 식이다. 정부에서는 2003년 부터 해당 년도를 기준으로 70년 뒤의 국민연금 운용 상황을 예측해보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5년 마다 이뤄지는 이 조사는 경제성장률, 출산율, 기대수명 등의 변수를 바탕으로 통계적인 기법을 활용해 70년 뒤의 국민연금을 예측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민연금 기금이 얼마나 늘어나거나 줄어드는지, 국민연금을 내는 사람들과 받는 사람들의 수는 어떻게 변하는지, 만약 보혐료를 인상하면 국민연금 기금이 줄어드는 걸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한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70년 뒤인 2088년까지의 국민연금 운용 상황을 년도별로 점검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예측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전 제2, 3 차 위원회에서 예측되었던 고갈 시기인 2060년보다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갈 시기는 대략 2056~2057년 사이로 예측된다. 국민연금 금고가 비는 시기가 앞당겨진 이유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출산율이 더 떨어지고 기대수명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 국민연금을 내야 할 사람들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국민연금을 받을 사람들만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당연히 기금이 떨어지는 시기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성잘율이 3% 내외에 머물러 있는 것도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앞당기는 요인 중 하나다. 결국 경제가 성장해야 직장인들의 지갑도 두둑해지고, 그래야 월급에서 일정 비율을 떼어 국민연금을 더 많이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달 월급의 9%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고갈될 거라고 하니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 예측대로 2050년대 중후반에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받는 일이 생길까? 여기서 엄밀히 따지면 국민연금은 개인이 낸 돈을 국민연금공단이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되돌려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사실 그럴거면 그냥 직장인에게 의무적으로 월급의 일정비율을 은퇴할 때까지 은행에 저축하게 하면 되지 굳이 국민연금을 만들 필요가 없다.

 

 현재 가입자들이 내고 있는 돈의 상당 부분은 지금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수령자들에게 주는 돈으로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현재 가입자들이 나이가 들어서 받게 되는 국민연금에도 훗날 납부하고 있는 가입자들의 돈이 보태진다. 가입자들에게 미리 돈을 걷어 수령자들한테 연금을 지불하고, 지금 돈을 내고 있는 가입자들의 연금은 미래의 가입자들이 내는 돈으로 마련하는 구조다.

 

 정부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 지급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다만 지금처럼 쌓아둔 기금에서 연금을 꺼내서 지급하는 적립방식이 유지될 수 없을 뿐이다. 대신 연금 지급에 필요한 돈을 그때그때 가입자들에게 거둬서 마련하는 부과방식으로 바뀔 수는 있다. 쌓아둔 돈이 없어지더라도 가입자들에게 필요한 만큼 바로바로 돈을 거둬 수령자들에게 준다는 말이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

 그렇다면 2056~2057년이 되어 국민연금이 다 고갈되더라도 연금을 받을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을까? 그러면 정말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까? 국민연금을 받아 노후 생활에 보태야 하는 개개인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경제와 국가전체를 놓고 보면 그렇게 쉽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건 2050년대가 되어도 변하지 않을 진리다. 쌓아둔 돈이 없어져서 그때그때 돈을 거둬서 나눠줘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뜩이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어서 돈을 낼 사람이 적어졌는데 부과방식을 택하게 되면 지금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거나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 세대의 지갑을 털어서 지금 살고 잇는 현세대에게 주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제4차 재정계산위원회 분석을 보면 기금이 다 떨어져서 부과방식으로 연금을 마련해야 할 경우 가입자들의 월 소득에서 20%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한다.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매달 60만원을, 5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면 매달 100만원을 국민연금으로만 내야 한다는 말이다. 월급의 20%를 국민연금으로 내야 한다고 하면 과연 이를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앞선 세대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서라니.

 

 부과방식으로 국민연금을 마련한다는 건 심각한 사회적 불만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늦출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오늘날 돈을 내고 있는 가입자들에게 돈을 더 많이 받는 방법뿐이다. 즉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다. 물론 정부라고 이런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제4차 재정계산위원회에서 보험료 인상으로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는지 계산해보았다. 그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30년가량 뒤로 늦추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월급의 13%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한다.

 1998년 이후 20여년 간 9%에 머물고 있는 보험료율을 4% 더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미 현재 한 달에 3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이라면 매달 27만원을 국민연금으로 내고 있다. 보험료율이 13%가 되면 이 직장인은 매달 39만원을 국민연금으로 내야 한다. 물론 법에 따라 이 중에서 절반, 즉 국민연금 납부액의 절반은 회사에서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회사가 부담하는 액수를 빼고 계산하더라도 월급 3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이 자기 월급에서 추가로 내야 하는 국민연금만 1년에 72만원이다. 결국 자기 월급에서 지불해야 하는 국민연금 총합게는 1년에 234만원이다.

 

 국민 누구에게 물어봐도 세금이 늘어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다. 강제적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준조세로 불리는 국민연금도 다를 리 없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햇다. 미래 세데애 부담이 되더라도 일단 자기 지갑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1997년, 2003년, 2006년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던 것도 정부가 여론의 반발을 이기지 못해서다. 매번 공청회를 통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결코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 한다.

 보험료율을 올리지 않고도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는 걸 늦출 수 잇는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 운용 수익률, 즉 투자수익률을 올리느 방법이다. 국민연금은 기금 635조원, 전세계 3위의 규모를 가진 연기금이다. 당연히 국민연금은 이 돈을 그냥 쌓아두고만 있지 않고, 전세계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부동산 시장 등에 투자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를 잘 해서 더 많은 투자 수익을 오릴수록 기금도 늘어나게 되고, 당연히 기금이 떨어지는 시기도 뒤로 밀려날 것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6.95%에 달하는 131조 5천억원 가량의 국내주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 투자 수익률도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은 -0.92%에 그쳤다. 2017년 수익률 7.28%에 훨씬 미치지 못하여 오히려 적자를 보았다. 년 환산 기금운용 수익률이 1%만 떨어져도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5년 이상 빨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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