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통계
통계청이 발표하는 자료 중 정부, 기업, 언론, 투자자 등 외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건 실업률 통계다. 실업률 통계를 통해 일을 하고 있거나 직장을 구하지 못해 쉬고 있는 사람들의 추이를 파악함으로써 경제상황을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는 매달 중순에 전달의 고용률, 실업률, 취업자 수, 실업자 수에 대해 조사한 월별 고용동향 통계를 내놓고 있다. 실업률 통계를 중시하기는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준도 금리를 올릴지 말지 결정할 때 실업률 통계를 포함한 고용 시장 흐름을 주된 판단 근거로 삼는다.
미국 연준의 베이지북
미국 연준은 자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 회의를 열기 2주 전에 베이지북(Beige Book)이라는 경제동향 보고서를 내놓는다. 미국 연준이 앞으로 어떤 통화 정책을 펼칠지 미리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미국 연준을 구성하는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각각 해당 지역의 경제 상황을 조사한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세계최고 수준의 조산, 연구 인력이 작성한 보고서인 만큼 복잡한 수식과 도표로 가득 차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막상 보고서를 보면 생각보다 내용과 구성이 간단하다. 보고서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은 실업률을 포함한 고용시장 흐름이다. 실업률은 그만큼 특정 국가와 지역이 처한 경제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계이기 때문이다.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는 한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이 그대로 나온다. 2018년 실업률은 2017년에 비해 0.1% 높은 3.8%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청년 실업문제는 더 심각하다. 2019년 1월 청년 실업률은 8.9%로 1년 전에 비해 0.2% 올랐다.
통계숫자만 보면 실업률이 3.8%니까 너미지 96.2%가 일자리를 갖고 있다는 식으로 계산하면 별로 심각하게 안느껴질 것이다. 청년 실업률 역시 8.9%니 청년 10명 중 9명은 일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이미 체감하고 있겠지만 이런 계산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고용률과 실업률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실업률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실업률이 3.7%라면 고용률은 100%에서 3.7%를 뺀 96.3%일까? 그게 아니다. 2017년 고용률은 OECD 기준으로 66.6%에 그쳤다. 얼핏 생각하면 실업률이 3.7%니까 고용률은 96%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고용률과 실업률 통계를 계산할 때 만 15세 이상의 인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같다. 일할 능력이 없는 만 15세 미만 인구는 통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18년 5월 기준 국내 만 15세 이상 인구는 4,414만 1천명 이었다. 하지만 이 만15세 이상 인구를 그대로 통계에 활용하지 않고 다시 일할 능력과 의사에 따라 경제활동 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눈다. 비경제활동인구란 만15세 이상인데 일할 능력이 없거나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을 말한다. 집에서 가사를 맡고 있는 전업주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 나이가 너무 많아 일을 할 수 없는 노인, 정신적인 장애로 일을 하기 힘든 심신장애인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구직 활동을 멈춘 구직단념자 등도 비경제활동인구에 들어간다. 2018년 5월 기준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는 1,595만 6천명이었다.
만 15세 이상 인구 4,414만 1천 명에서 비경제활동인구 1,595만 6천 명을 빼면 약 2,818만 5천명이 된다. 바로 이 2,818만 5천 명이 취업자와 실업자 숫자를 구하는데 바탕이 되는 경제활동인구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 즉 실업자의 비율을 계산한 숫자다. 실업률이 4%라고 해서 전체 국민의 96%가 일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이유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에서만 계산된다.
고용률
고용률의 분모는 만 15세 이상 인구 전체가 된다. 취업자 수를 만15세 이상 인구의 숫자로 나눈 값을 고용률이라 한다. 애초에 서로 다른 항목끼리 나눠서 나온 값이기 때문에 실업률과 고용률을 서로 더해도 100%가 되지 않는 것이다. 참고로 OECD에서 고용률을 계산하는 기준은 한국통계청의 방식과는 다른데, OECD는 모집단을 만15~64세 사이 인구로 제한한다. OECD 고용률은 한국통계청이 상한선 없이 만 15세 이상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OECD 기준 고용률과 통계청 기준 고용률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분모 숫자가 더 크므로 한국 통계청 기준 고용률이 OECD 기준 고용률보다 낮게 나타난다. 그래서 2017년 통계를 살펴보면 통계청 기준 고용률은 60.7%였는데 OECD 기준으로는 66.7%였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통계청에서는 매달 고용동향 통계를 발표할 때 2가지 기준으로 계산한 고용률을 함께 내놓는다.
실업률과 체감실업률
우리나라는 실업률을 구할 때 국제노동기구ILO가 사용하는 조건에 따라 실업자를 정의한다.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해온 사람이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이 기준이 된다. 나름 타당해 보이는 조건이다. 그러나 현실에 적용될 때는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는데, 대표적 사례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는 취업준비생들이다. 실업자로 분류되기 위해선 조사기간 4주 동안 입사원서를 내거나 면접을 보는 등 취업을 위한 실제적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취업하고 싶다는 의사만 갖고 있어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취업준비생이라고 매일같이 입사원서를 내는 것은 아니다. 채용 시즌이 되면 원서를 집중적으로 몰아서 내고, 채용 시즌이 끝나면 집이나 도서관, 학원 등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게 보통이다. 1년에 한번만 있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응시원서는 1년에 몇 차레만 제출할 뿐이다. 따라서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으로 통계를 계산하면 취업준비생,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들은 실업자 통계에서 아예 빠지게 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으로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인원은 68만여 명이다. 분명 취업을 원하고 또 준비하고 있지만 지난 4주간 입사원서를 내지 않았거나 면접을 보지 않았다면 실제적인 구직 활동이 없었다는 이유로 통게에서 제외된다. 2018년 5월에 집계한 공식적인 실업자 수가 112만 1천 명이니가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68만여 명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이들이 실업자로 잡히면 실업률은 껑충 치솟는다.
매년 공무원 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달이 되면 갑자기 실업률이 올라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소에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잡히던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응시원서를 내는 기간이 되면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분류된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사람 수만큼 통계상의 실업자가 늘어나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공식적인 실업률과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실업률이 다른 이유는 또 있다. 보통 우리가 취업이라고 말할 때는 주 5일 이상 정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통계에서 말하는 취업자는 취업에 대한 사회 통녕과는 크게 다르다. 통계에서는 일주일에 1시간 이상 돈을 벌기 위해 일한 사람이면 모두 취업자로 여긴다. 일주일에 1시간씩 4주 동안 단 4시간만 일했더라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 역시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이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한 달에 몇 시간 파트타임 일자리를 가졌다고 해서 '취업'을 했다고 쳐줄 수 있을까?
2018년 5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취업자는 2,706만 4천 명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는 주 5일 이상 출근하는 정규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706만여 명 가운데 4주 동안 1~17시간만 일한 취업자는 146만여 명에 달한다. 전체 취업자의 11.1% 수준이다. 쉽게 예를 들어 대학을 졸업한 후 회사 취업을 준비하면서 일주일에 2시간씩만 집 근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해도 취업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에 본인은 스스로를 실업자로 여길 것이다.
산정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기존 실업률 통계가 현실 실업자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확장실업률
통계청은 일련의 비판을 받아들여 2018년 3월부터 확장 실업률이라는 새로운 통계를 하고 있다. 기존 실업률 통계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잡아내기 위해서인데, 확장 실업률은 통계청이 내놓는 실업 관련 통계 중에서 실업자를 가장 폭넓게 정의하는 통계다. 기존 실업자 수에 4주 동안 36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 5일 이상 출근하는 직장에 취업하길 원하는 인원을 더하고, 여기에 취업을 준비하고 잇는 비경제활동인구 숫자까지 더해 산정한다.
확장실업률을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한국의 고용상황은 기존 통계보다 더 나빠졌다. 2018년 5월 확장 실업률은 11.5%로 일반 실업률의 3배 가까이 된다. 만 15~29세 사이 청년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청년 실업률은 기존 통계로는 10.5%였지만 확장 실업률은 23.2%였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취업할 의사가 있는 15~29세 청년 4명 중 1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이렇게 계산하니 한결 현실에 가깝다.
실업률 등 고용 시장을 다룬 통계를 살펴보면 때로는 통계가 있는 그대로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걸 알 수 있다. 정부, 기업, 금융,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일수록 통계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에 대해 항상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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