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母校)가 있으니 부교(父校)도 있을까?
자신이 다닌 학교를 보통 모교라고 부른다. 그럼 부교도 있을까 싶지만 출신 학교를 모교라곤 해도 부교라고 하지는 않는다. 왜일까? 프랑스어를 비롯한 유럽 언어에서는 단어가 남성명사, 여성명사로 나뉘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어로 학교는 ecole이며 이것은 여성명사다. 모교라는 단어도 이 ecole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외국에서 이 말이 들어올 때 학교가 여성명사고, 학생을 키워주는 어머니와 비슷한 존재라서 자연스럽게 모교로 번역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동양의 정서로만 놓고 봐도 어린 시절 자신을 정신적으로 키워주는 어머니 노릇을 학교가 하는 셈이니 母校라고 부르는것이 자연스럽기도 하다. 아무래도 부교는 어색하다.
면학(勉學)의 의미
출산의 고통은 남자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라는데 분만의 娩이라는 글자 모양을 분석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娩이라는 글자는 계집女 변에 면할 免을 쓴다. 면(免)은 여성이 가랑이를 벌리고 출산하는 모습을 나타낸 상형문자다. 좁은 산도로 아기를 낳기 위해 애쓰는 산모의 고통이 느껴지는 이 글자는 오랜 세월이 흐르며 점점 '노력한다'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면학(勉)의 勉도 같다. 여성이 배에 힘을 주는 모습에 힘力자가 더해져서 출산 때보다도 힘이 강조된다.
제대로 된 공부를 하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공부는 힘들여 노력한다는 의미는 일본어에 그대로 담겨있다. 일본어로 공부를 면강(勉强: 뱅쿄로 발음)이라고 하는데 힘쓸 면에다가 강할 强자까지 붙여서 공부는 힘써서 강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더욱 더 강조되었다.
한국에서는 면학이란 말을 쓰긴 하지만 보통 공부(工夫: 원래는 功夫)라고 하는데 원래 뜻은 '공사하고 노역함'이다. 말 그대로 건축할때 힘써서 일하는 것을 뜻하던 것이 책을 보고 지식을 습득한다는 뜻으로 바뀐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면 일본어에서는 강할 강자까지 붙였나 싶다. 원전이나 일본어나 공부는 하기 힘든데 억지로 힘써서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이라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실제로 동양에서 전통적 의미의 공부란 경전을 읽고 가급적 달달 외우는 것을 의미했다. 외우려면 자연스러운 독서로는 어림없고 억지로 애써 반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공부란 힘써야(勉) 하는 것이고 강하게(强) 해야 한다는 뜻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동물 수컷을 뜻하는 한자어
동물 암수를 가리키는 빈모牝牡라는 두 글자에는 모두 소 牛변이 붙어 있다. 이것은 소가 인류와 함께한 역사가 길기 때문인데, 수컷에는 왜 흙 土가 붙었을까? 여기의 土는 땅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꼿꼿이 서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가축의 몸에 가장 꼿꼿하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은 바로 성기다. 즉 牡자는 짝짓기 하는 숫소를 보고 만든 글자이다. 한편 동물 암컷은 소 우변에 匕비수비 자를 쓴다. 이 글자의 모양은 완만한 암컷의 곡선을 연상케 해서 붙였다고 한다.
부처, 보살, 관세음, 여래, 세존의 차이
보살(菩薩)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수행하면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도 힘을 쏟기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친근한 존재인 동시에 구원으로 인도해주는 감사한 존재이기도 하다.
관세음(觀世音)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가리킨다.
보살이 깨달음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존재가 된 것이 '부처'다. 부처의 다른 말이 '여래'다. 흔히 부처가 곧 석가라고 알고 있으나 석가는 고유명사고 부처는 일반명사로 다르다. 평범한 인간이던 석가가 깨달음을 얻어 석가여래가 되었으며 사실 부처라 불리는 존재는 깨달은 자를 가리키는 일반명사라 여럿이 있다. 질병을 고치는 약사여래, 극락정토를 다스리는 아미타여래 등이 있다. 부처는 깨달은 자, 보살은 깨닫기 위해 수행하는 자, 관세음은 관세음보살로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 여래와 부처는 깨달은 사람을 뜻한다. 석가는 그 깨달은 사람 중 한 실존 인물, 즉 고타마 싯타르타를 가리키는 한자이름이다. 석가모니가 정식명칭이고 줄여서 석가라고 한다. 석가모니를 가리키는 말로 불경에서는 세존(世尊)이라고 자주 쓰는데 부처, 여래와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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