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요한계시록이 기록한 괴물, 아바돈
아바돈(Abadon)은 파괴(멸망), 파괴자(멸망자)란 뜻의 히브리어다. 이 단어는 구약 성격에서 파괴라는 명사나 형용사로만 사용되었으며 특정 괴물이나 악마의 이름으로 소개된 적은 없다. 아바돈은 요한계시록에서 처음으로 괴물로 등장한다. 요한계시록 9장 11절은 이렇게 말한다. "그것들은 아비소스의 사자를 자기들의 왕으로 떠받들었는데, 그 이름은 히브리말로는 아바돈이요, 그리스말로는 아볼루온입니다"(새번역성경). 여기서 아바돈과 아볼루온 모두 파괴자를 의미한다.
요한계시록에는 다섯 번째 천사가 나팔을 불면 무저갱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메뚜기 떼가 쏟아져 나온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메뚜기들의 모양은 전투 채비를 한 말들과 같고, 머리에는 금 면류관과 같은 것을 쓰고, 그 얼굴은 사람의 얼굴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여자의 머리털 같은 머리털이 있고, 이빨은 사자의 이빨과 같고, 시로 된 가슴막이와 같은 가슴막이를 두르고, 그 날개 소리는 마치 전쟁터로 내닫는 많은 말이 끄는 병거 소리와 같았습니다. 그것들은 전갈과 같은 꼬리와 침이 달려 있었는데, 그 꼬리에는 다섯 달 동안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권세가 있었습니다(계 9:7-10, 새번역성경). 이처럼 성격에는 아바돈이 거느리는 메뚜기 군당의 모습만 묘사되어 있을 뿐 아바돈의 형상에 대한 언급은 없다. 중세에는 메뚜끼 떼의 왕이라는 설명을 토대로 메뚜기의 특징을 지닌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아바돈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요한계시록에 실리면서 신학자와 성경 연구가들은 그의 신분에 관한 다양한 고증과 견해를 내놓기 시작했다. 아바돈의 그리스어 명칭이 아볼루온이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아폴론 숭배와 연관시키면서 아폴론을 경멸하여 부르는 호칭으로 보기도 한다. 또는 그리스도에 대항하는 자, 악마나 사탄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다섯 번째 천사가 나팔을 불 때 떨어진 별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무저갱을 열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으며 신의 명령을 실행하고 세상을 멸망시키러 온 천사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부활한 예수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요한계시록이 예언서이다 보니 사람들은 그 예언을 증명하는 사건을 일부러 찾아다니기도 한다. 예컨대 서기 70년 로마 제15군단이 예루살렘을 철저히 파괴할 것을 아바돈이 예언했다는 주장도 있다. 또는 아바돈과 그의 메뚜기 군단이 이슬람교의 번성을 예언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성경에 다섯 달 동안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쓰여 있는데 여기서 하루는 1년을 암시하며 다섯 달은 150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서기 612년에서 762년까지의 마호메트의 통치기간과 정확히 일치하며 서기 830년에서 980년까지 사라센인이 십자군에 대항한 시기와도 들어맞는다는 주장이다.
'신화 전설 귀신 요괴 괴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브를 유혹한 뱀, 드라코노피데스 (0) | 2021.07.11 |
---|---|
이슬람교의 악마, 이블리스 (0) | 2021.07.10 |
지옥의 입, 헬마우스 (0) | 2021.07.10 |
무한의 시간, 아이온 (0) | 2021.07.10 |
오이신의 잃어버린 낙원, 티르 나 노그 (0) | 2021.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