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문, 헬마우스
헬마우스(Hellmouth)는 중세기 종교 예술 작품에 자주 등장하며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개념이다. 주로 거대한 괴물이 시뻘건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 입속이 바로 지옥 또는 연옥을 상징하는데, 영원히 닫히지 않으며 언제 새 영혼이 고통과 죽음으로 가득한 지옥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부 그림에서는 이런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지옥의 뜨거운 불길 속에서 고통스러게 발버등치는 영혼을 헬마우스 안에 그려넣기도 한다.
헬마우스라는 개념은 앵글로 색슨족에게서 유래했다고 보기도 한다. 현존하는 앵글로 색슨족 유물에서 최초로 헬마우스 형상이 등장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헬마우스는 펜리르(Fenrir,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괴물 같은 늑대)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신화에 따르면 펜리르가 라그나뢰크의 주신 오딘을 물어죽이자, 오딘의 아들 비다르가 이 늑대의 아래턱을 발로 밟은 채 그 입을 둘로 찢어버린다. 전파되는 과정에서 기독교는 이 신화를 흡수했고, 영국 고스포스 십자가(Gosforth Cross)에 이 신화의 내용을 묘사한 부조가 등장한다. 세익스피어의 '맥베스'에도 이와 관련된 표현이 등장하는데 "최후의 심판을 고하는 천둥소리"(the crack of doom)로 번역된다.
'베르첼리 설교집'에서 사탄은 거대한 용으로 표현된다. 사탄은 죄를 짓고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 영혼들을 삼켜버리는데 죄인들은 절대 그 목구멍에서 기어 나올 수 없다. 이에 대해 사탄이 죄인의 영혼을 삼킨다고 해서 헬마우스와 사탄을 동일시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선지자 요나는 신이 부여한 사명을 거부하고 도망치다 물고기 뱃속에 갇힌다. 가톨릭에서는 물고기 뱃속에서 지옥에서와 다름없는 고통을 겪으며 깊은 어둠 속에서 울부짖는 요나 이야기를 근거로 헬마우스를 물고기 입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혹은 헬마우스를 신과 싸움을 벌였던 바다괴물 레비아탄과 관련시켜 레비아탄의 입으로 보기도 한다. 고대 영국에서는 헬마우스를 고래 입에 비유하기도 했다. 고래 입 안의 달콤한 향기에 이끌린 물고기가 고래 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입이 굳게 닫히고 물고기는 고래 뱃속에서 죽게 된다.
헬마우스를 주제로 한 무대나 놀이기구는 중세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존재한다. 초기에는 기계 장치의 형태로 무대 위에 등장하거나, 헬마우스 뒤로 성이 자리잡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현대에는 주로 다양한 놀이 시설을 갖춘 테마파크에서 귀신의 집 입구로 쓰이고 있다. 종교적 선도의 의미로 사용되다가 이제는 단순한 공포 오락물 장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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