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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전설 귀신 요괴 괴물

알프스의 괴물, 타첼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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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첼부름

타첼부름(Tatzelwurm)은 알프스 지역에 산다는 전설 속 괴물로 알프스 용 또는 스위스 용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알프스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탈리아에 두루 걸쳐 있다보니 지역마다 부르는 호칭이 다르다. Stollenwurm, Springwurm, Arassas, Praatzelwurm 등의 이름이 있다.

 기록에 따르면 타첼부름은 1779년에 최초로 목격되었는데, 이 괴물을 목격한 불행한 사람은 한스 푹스였다. 타첼부름과 마주친 그는 충격을 받아 심장병을 앓게 되었고, 세상을 떠나기 전 가족들에게 타첼부름을 만난 사실을 알렸다. 그의 묘사에 따르면 이 괴물은 1.5미터에서 2미터 정도 크기에 뱀의 몸을 하고 있으며, 앞발에는 발톱이 있으며, 고양이 머리에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

 1828년 타첼부름을 만났다는 사람이 또 한 명 등장했는데 이번에는 괴물의 주검을 마주친 것이었고 게다가 이미 까마귀들이 절반을 먹어치운 뒤였다고 한다. 또 1883년 혹은 1884년에 카스파 아놀드라는 사람이 오스트리아 티롤 주 호츠필젠 부근의 스필버그라는 마을에서 타첼부름을 목격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아놀드는 산속 여관에 묵고 있었는데 그 앞에 타첼부름이 20분간 모습을 드러낸 뒤 사라졌다. 그에 따르면 이 괴물은 다리가 두개다.

 19세기에 이르러 타첼부름이 사람을 공격했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 목격담에 따르면 스위스 농장에서 한 소녀가 이 괴물에게 습격을 당했다. 당시 소녀는 콩대를 베고 있었는데 마침 근처에는 또 다른 타첼부름이 었었고, 훼방꾼이 나타났다고 생각한 녀석은 소녀를 공격했다. 소녀 말로는 이 괴물은 회색빛을 띄며 집 고양이와 비슷한 크기인데, 반질반질한 몸에 털이 하나도 없고 앞 다리만 두개 달려 있었다.

 비슷한 습격을 받았다는 다른 기록에 따르면 한 남자는 자기 아들과 둘이서 약초를 캐러 산에 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에선가 아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얼른 아들 곁으로 달려가보니 그 근처 바위 아래 괴상하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생물이 하나 있었다. 입에서는 뱀처럼 쉬쉬 소리를 냈고, 얼굴은 고양이를 닮았으며 두 개의 큰 눈은 번뜩이고 있었다. 남자가 뾰족한 나무막대로 살짝 찔러 상처를 내자 거기서 녹색 피가 뿜어져 나와 남자의 다리에 튀었다. 다리에 화상을 입은 남자는 절뚝거리며 산에 내려왔다.

 20세기에는 더 이상 괴물 전설이 유행하지 않는다. 남아 있는 괴물들은 모두 미확인 생물체,UMA로 분류되었고 타첼부름도 그 중 하나다. 1921년 여름, 두 명의 목격자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라우리스 부근에서 타첼부름을 봤다고 진술했다. 당시 괴물은 이들을 향해 2.7미터 정도 하늘을 날아왔다고 한다. 그들은 타첼부름이 회색 빛 몸에 다리가 두개 달렸으며 약 0.6-0.9미터 크기로 머리는 고양이를 닮았다고 전했다.

 1924년에는 타첼부름의 뼈를 발견했다는 사람이 둘 나타났다. 1934년 볼킨이라는 스위스 사진사는 자신이 스위스 베른의 마이링엔에서 타첼부름의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증 결과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고 그 안에 형상은 도자기로 만든 물고기였다. 타첼부름을 목격했다는 보고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2009년 이탈리아 트레스비소에서 이 괴물을 봤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하지만 아마도 어느 집에서 기르는 애완용 도마뱀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그 지역 사람들에게 목격되어 타첼부름이나 바실리스크로 오해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에는 타첼부름의 원형을 도룡뇽이나 독 도마뱀 혹은 도마뱀에서 찾는다. 그런데 독 도마뱀과 도마뱀은 알프스 지방에서 서식하지 않는다. 전설에 따르면 타첼부름은 겨울잠을 자는데 '스톨른부름'(Stollenwurm)이라는 명칭도 여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겨울이 되면 산 중턱의 갈라진 틈이나 건초 보관소의 건초 더미 아래에 숨어 잠을 잔다. 그렇다 보니 알프스나 외딴 마을에 사는 사람과 가축들이 숨어 있던 타첼부름의 습격을 받았다는 기록이 다수 존재한다. 겨울잠은 도룡뇽의 특징이기도 하고 알프스는 이들의 주요 서식지에 해당한다. 하지만 겨울잠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도룡뇽과 전설 속 타첼부름은 전혀 겹치지 않는다. 따라서 타첼부름이 정말로 실존했던 동물인지 아니면 특정 신화와 문화, 의식, 풍습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형된 전설 속 괴물인지는 여전히 고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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