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타이온
악타이온(Actaeon)은 케이론이라는 현명한 켄타우로스의 가르침을 받았고 그에게 사냥하는 법을 배웠다. 어느날 사냥을 나온 악타이온은 그만 실수로 키타이론 산속의 아르테미스 성지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욕하고 있는 아르테미스의 몸을 엿보게 되는데 그 모습에 매혹된 나머지 도망칠 기회를 잃고 만다.
분노에 사로잡힌 아르테미스는 자신을 모독한 죄를 물어 악타이온에게 저주를 건다. 악타이온이 입을 여는 순간 사슴으로 변하는 저주였다. 그때 자기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악타이온은 그만 참지 못하고 응답하고 만다. 아르테미스의 자주가 효력을 발휘하면서 악타이온은 인간에서 사슴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사냥개들이 사냥꾼 무리보다 앞서 그곳으로 들이닥치고, 사슴으로 변하고 있는 악타이온을 알아보지 못한 개들이 그에게 달려든다. 다급해진 악타이온은 올림푸스 신들을 향해 두 손을 들어올리며 자신을 인간으로 되돌려달라고 간청하지만 신들은 응답하지 않는다. 결국 악타이온은 사냥개들에게 갈기갈기 찢겨 죽음을 맞이한다.
사티로스
사티로스(Satyr, Satyros)는 牧神 판과 디오니소스가 합쳐진 정령 혹은 괴물이다. 전설에서는 판과 디오니소스의 시종으로 주로 등장하며, 반인 인간, 반은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당나기 귀나 말 귀 혹은 말다리를 한 경우도 있는데 미친듯 날뛰는 그의 성격과 연관되며, 거대한 생식기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에트루리아와 로마에서는 폰과 합쳐져 실바누스와 파우누스의 시종으로 등장한다.
파우누스는 그리스 신화의 사티로스에 대응되는 로마 신화의 신이다. 하지만 둘은 생긴 모습이 전혀 다른데, 그리스 신화에서 사티로스는 크고 길쭉한 생식기를 달고 나귀 혹은 말의 귀와 꼬리를 지니고 있으며, 작달막한 키에 못생긴 외모로 그려진다. 뒷발은 염소 같은 동물의 발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자주 눈에 띄지는 않는다. 반면 파우누스는 반은 인가, 반은 염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산양의 뿔과 귀, 꼬리, 뒷다리에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오히려 그리스의 판과 유사한데 판의 특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한 파우누스의 여성형 파우나가 있는데 파우누스의 여동생이나 아내 또는 딸로 여겨지며 자연과 풍작의 여신이다. 파우누스와 파우나 모두 반은 인간, 반은 염소 모습이다.
대략 고대 그리스 조각가 프락시텔레스 때부터 사티로스는 짐승의 특징을 벗고 잘생긴 청년 모습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계속 이어져 내려와, 사티로스와 폰의 또 다른 형상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키메라
키메라(Chimera) 또는 키마이라 라고 부른다. 그리스어로 '암염소' 라는 뜻이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머리는 사지이며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소아시아 리키아 지방에 살며 입으로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내뿜는다. 산해경에 나오는 불길하고 흉악한 괴물처럼 키메라 역시 재앙을 몰고 오는 동물이다. 키메라 출현은 폭풍우나 화산폭발, 배 침몰 등의 재난을 예고한다.
헤시오도스 역시 신통기에서 키메라 형상을 언급했다. 무시무시하고 거대하며 민첩한데다 강한 힘까지 지닌 동물로 입에서는 뜨거운 불을 토해낸다. 머리가 모두 3개 달렸는데 하나는 회색빛 눈의 사자 대가리이고, 또 하나는 꼬리부분에 달린 뱀대가리, 나머지 하나는 몸 중간에 달린 염소 대가리다. 이글거리는 맹렬한 불길을 뿜어대면서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건 가운데 염소 대가리다. 후세 사람들은 키메라 모습을 형상화하면서 이 염소 대가리를 사자 대가리와 나란히 두기도 했다. 대부분은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기록을 모두 고려하여 몸 앞부분에 사자대가리, 염소대가리, 용대가리를 나란히 배치하고, 몸은 사자 몸통이며 꼬리에는 뱀 대가리를 달아 놓는다. 용대가리는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사자 대가리, 염소 대가리, 꼬리에 뱀대가리는 공통적이다. 키메라는 갈기가 있지만 보통은 암컷으로 본다. 전설에 따르면 키메라와 그 형제인 머리가 둘 달린 괴물견 오르트로스 사이에서 스핑크스와 네메아의 사자가 태어난다.
이후 키메라는 오랜 기간 조각이나 그림에서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고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 그런데 키메라라는 이름을 딴 산봉우리에 그 기록이 등장한다. 이곳은 불의 신 헤파이토스의 도시국가로 고대 리키아 지역에 있었다. 현재는 터키 서남부 츠랄르 해변의 북쪽 절벽 위를 가리키며 터키어로는 불타는 돌이라는 뜻의 야나르타쉬로 불린다. 이곳에는 스무 개가 넘는 천연가스 배출구가 모여 있다. 그 위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고대 선원들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표지 역할을 했으며 키메라 신화의 원형으로 본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키메라는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탄생한 괴물 중 하나다. 에키드나는 상반신은 여인이고 하반신은 뱀의 모습을 한 괴물로, 깊은 물 속에 살며 모든 괴물의 어머니로 통한다. 티폰은 대지가 지녔던 태초의 힘을 상징하는 화산 거인이다. 이 둘이 결합하여 여러 괴물을 낳았는데 이는 이와 비슷한 더 오래된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나오는 티아마트와 아프수가 결합하여 새로운 신들을 창조한다. 하지만 그들과 새로운 신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고 결국 아프수가 죽임을 당한다. 티아마트는 아프수의 복수를 위해 11 명의 괴물을 탄생시킨다. 이 괴물들 중에는 여러 가지가 합쳐진 형태의 괴물도 있었으며 티아마트 역시 용이나 뱀의 모습으로 후세에 전한다. 따라서 티폰과 에키드나 사이에서 괴물들이 태어났다는 전설은 그리스 신화가 고대 그동 신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라미아
고대 그리스 희극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에 따르면 라미아(Lamia)는 그리스어로 '목구멍'을 뜻하는 라이모스(Laimos)에서 유래했으며, 아이들을 삼키는 행동을 가리킨다. 그리스 신화에서 라미아는 제우스의 연인으로 나오며 라미아의 여왕으로 알려졌다.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지만 헤라의 질투로 아이를 빼앗기고 괴물로 변하고 만다. 아이를 잃은 비통함에 라미아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훔쳐 잡아먹으면서 점점 끔찍한 괴물로 변해간다.
다른 설에 따르면 헤라의 분노는 라미아에게 아이들을 삼키게 했다. 혹은 라미아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카테(Hecat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법과 주술의 여신. 다양한 모습-암말, 암캐, 늑대-으로 변신해 사람들에게 나타남)를 연결짓기도 하는데, 라미아가 헤카테의 딸이며 이 같은 변화는 그녀의 혈통 때문이라고 본다.
후대로 가면서 라미아는 새로운 특징을 보인다. 특히 저주 탓에 괴물로 변한 뒤로는 편히 눈조차 감지 못한다. 빼앗긴 아이들 모습이 늘 눈앞에 아른거리면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슬픔에 몸부림친 것이다. 그런 라미아를 불쌍히 여긴 제우스는 잠시라고 편히 쉴 수 있도록 그녀에게 자기 눈을 뺄 수 있는 능력을 준다.
유럽에서 라미아 이야기가 오랫동안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엄마들이 아이를 훈육하는데 잠자리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후대에 민간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작가들이 새로운 특성을 덧붙이곤 해다. 황금 당나귀(The Golden Ass)에서 라미아는 마법을 부리고 피를 빨아먹는 존재로 묘사된다. 고대 그리스 작가 필로스트라토스가 쓴 아폴로니오스의 생애 에서는 라미아를 반은 사람, 반은 뱀인 여자 요괴의 모습으로 형상화했다. 일부 가톨릭 번역문에서는 릴리트(Lilith , 유대 민담에 나오는 여자 마귀)가 라미아로 옮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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