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어떻게 경제에 작동하는가?
환율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증권가에서는 매일같이 환율의 오르내림을 주시한다.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이면 국가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자주 접하는 이슈라고 해서 사람들이 환율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지는 않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왜 환율이 떨어지는지, 환율이 떨어지면 왜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물론 원화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오르는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
미국이 환율에 민감한 이유
2018년 4월 13일 미국 재무부는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스위스 등 13개국 환율 정책을 평가한 환율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6년부터 매년 4월과 10월에 두 차례식 정기적으로 나오는 보고서다.
미국이 이러한 보고서를 내놓는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타국의 환율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환율을 조정해 대미국 수출을 늘리고, 자국에 수입되는 미국 제품을 줄이는 나라에 경고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 나라들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불이익을 줌으로써 전 세계에 수출되는 미국제품을 늘리려는 의도 때문인데, 미국의 입장에서는 미국산 제품 수출이 늘어나야 제조업이 부활할 수 있어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2017년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에서 4,662억 달러, 우리돈 500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정확히는 경상수지에서 이와같은 적자를 냈다. 국제 무역에서 매년 이렇게 막대한 적자를 내자 미국 국민들과 정치권, 기업들 사이에선 해외 상품 수입을 줄이고 미국상품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입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는 등 보호무역 움직임을 강화했다. 미국이 전통적인 우방국들과 무역분쟁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관세장벽을 높이고, 주요 교역국들의 환율 정책에 개입을 강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8년 4월 발표된 환율보고서에선 다행히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사실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로 아직까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다(2018년 10월 보고서 기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 "중국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 라고 말했지만 중국 역시 아직까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치열한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환율조작국 지정'이란 강수는 꺼내지 않은 것이다.
다만 한국은 2016년 첫 보고서가 나온 이후 연달아 관찰대상국 명단에 오르고 있다. 2018년 4월에도 중국, 일본, 독일, 인도, 스위스 5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랐다. 관찰대상국은 쉽게 말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정도로 심각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가 꾸준히 지켜보면서 감시해야 하는 나라'라 풀이할 수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연간 경상흑자가 GDP의 3% 초과', '외환 시장에서 달러 매수 개입' 이렇게 3가지가 있다. 한국은 2017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미국과의 무역에서 210억 달러, 약 24조원의 흑자를 거뒀다. 경상수지 흑자 역시 GDP 대비 4.7%였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으로 밝힌 3개 조건 중 2개를 충족한 것이다. 그래서 대미 무역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게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한 덕분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수출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단순히 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환율이 어떻게 한 나라의 수출과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경제학에서 말하는 환율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보통 '명목환율', '실질환율', '실효환율' 이렇게 3가지로 구분한다. 명목환율이란 흔히 '달러당 1,100원', '달러당 1,200원' 이런 식의 원달러 비율로 표현되는 환율을 뜻한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챙겨 보는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 원유로 환율 등이 모두 명목환율에 속한다.
환율은 우리나라 돈으로 다른 나라 돈을 살 때 얼만큼을 주고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돈의 가격'이다. 경제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서로 다른 두 나라 화폐 교환 비율' 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나라 화폐 역시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가고, 팔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격이 낮아진다.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선 복잡한 이론이 많다.
오늘날에는 글로벌화로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신이 만든 제품을 수출하고, 필요한 제품은 수입한다. 이런 국제 무역과정 속에서 한 나라의 화폐 가치가 올라간다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수요와 공급 원리를 떠올리면 간단하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물건을 팔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화폐 가치 역시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올라가게 된다. 거래되는 상품이 돈일 경우에는 가격이란 말 대신 환율, 즉 통화가치란 표현을 쓸 따름이다.
예를 들어 한국산 스마트폰이 큰 인기를 끌어 전세계 곳곳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 다른 나라에서 한국에서 만든 스마트폰을 사기위해선 한국 돈인 원화가 필요하다. 이는 결국 원화에 대한 수요 증진으로 이어지고 사려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한국 돈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실제 국제무역을 할 때는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대부분 달러로 거래한다. 하지만 이렇게 한국 기업이 외국 업체에 물건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도 한국에 들여올 때는 원화로 바꿔야 한다. 달러로 거래를 해도 사실상 원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한국 제품이 수출이 잘된다는 말은 한국돈인 원화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말과 같다.
반대로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인기가 없다고 가정해보자. 한국산 제품을 찾는 해외소비자가 없으니 해외 기업도 한국 돈을 구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렇게 한국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자연히 원화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수출이 잘 되면 원화가치가 오르고, 수출이 잘 안되면 원화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건 이와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는 것은 원화가치와 환율 관계다. 1달러에 1천원 하던 환율이 1달러에 800원이 되었다고 가정하면, 원화가치와 환율은 각각 어떻게 변한 걸까? "원화가치는 20% 올랐고, 환율은 20% 떨어졌다" 가 정답이다. 이전에는 1천원이 있어야만 1달러를 살 수 잇었는데 이제는 800원만 줘도 1달러를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돈의 가치는 200원이 올랐으니 20% 오른 것이고, 원달러 환율은 200원 줄었으니 20% 떨어진 것이다. 간단히 말해 원화가치가 오르면 환율은 떨어지고, 원화가치고 떨어지면 환율은 오른다.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년초에 840원대였던 환율이 한때 1,964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돈의 가치가 1년도 되지않아 절반이하로 떨어졌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겪자 자연스레 한국 돈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라 경제가 안좋아지면 돈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환율이 오르게 된다. IMF 외환위기 당시 사례를 떠올리면 원화가치와 환율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의 성능과 생산비용 등 다른 모든 조건이 똑같은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거나 내리면 수출과 수입에 어떤 영향을 줄까? 예를 들어 냉동 떡볶이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회사가 만드는 냉동 떡볶이 가격은 1팩에 1만원이다. 이 가격으로 해외에도 수출하고 있는데, 현재 환율은 1달러 1천이다. 그래서 해외 떡볶이를 1팩 수출할 때마다 10달러를 받고 있다.
그런데 환율이 50% 떨어져서 1달러 500원이 되었다면 어떨까? 당연히 수출이 크게 줄어든다. 이전에는 외국에서 한국돈 1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10달러만 있으면 되었다. 원달러 환율이 1천이었으니까. 그런데 원달러 환율이 500원이 되면 한국돈 1만원을 구하기 위해서 20달러가 필요해진다. 해외 소비자 입장에선 한국산 떡볶이 가격이 갑자기 10달러에서 20달러로 2배가 껑충 뛴 것이다. 가격이 갑자기 오르니 당연히 수출이 줄어든다.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500원 올라 1,500원이 되었다면? 수출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한국돈 1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10달러가 필요했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이제 6.6 달러만 있으면 한국 돈 1만원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해외 소비자는 냉동 떡볶이 1팩을 과거에는 10달러에 샀지만 환율이 오른 뒤 6.6달러에 구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는 불리하지만 수입에는 유리하고,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에는 불리하다.
환율등락은 대기업 삼성전자부터 지방 소도시 조그만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기업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2천억원 가량 줄어든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매출의 80~90%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을 수천억원씩 낮춰 잡는다. 물론 삼성전자만이 아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환율이 떨어지면 곧바로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SK하이닉스 역시 2018년 초에 발표한 감사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이 6,900원 정도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환율이 떨어지는 게 한국경제 모든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진다. 수입 생필품의 가격이 낮아져서 국민들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또 각종 해외 원자재 수입 가격이 낮아져 기업 중에서는 항공사, 여행사, 식료품 제조회사 등의 실적이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환율이 낮아지면 해외여행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항공사와 여행사 실적이 좋아진다. 해외에서 각종 원재료를 수입해오는 식료품 제조업체도 원재로 수입비용을 줄일 수 있어 이익을 낼 수 있다. 다만 바이러스팬데믹 현재는 이 모든게 동시타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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