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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

경제 상식 3. G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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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매출 합계 > 국가 GDP

"국내 500대 기업 매출이 한국 GDP의 118.1%를 차지했다." 

"삼성, 현대차,LG,SK 그룹의 매출이 전체 GDP의 절반을 넘는다."

언론에는 가끔 이런 종류의 기사가 실린다. 주어는 달라져도 형식과 내용은 비슷하다.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문제가 된다는 걸 지적하는 기사들이다. 이런 제목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깐 떠올랐다 사라지는 의문은 '500대 기업이 GDP의 100% 넘게 돈을 벌면 나머지 기업은 뭐하는거지? 매출이 적자라서 GDP를 깍아먹는건가?', '4대 그룹 말고도 다른 큰 기업들이 많은데 다 뭐하는거야?' 등이 있다.

 

 이런 궁금증이 드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위 기사들은 서로 비교하는게 적절하지 않은 두 개념을 동일선상에서 두고 비교하고 있기 때문에 혼란을 불러일을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A씨와 B씨 중 누가 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따져본다고 치자. A씨는 연봉 5천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B씨는 그가 갖고 있는 부동산과 은행 예금, 주식 투자금을 모두 합한 5억원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았다. 이렇게 하면 당연히 B씨가 A씨보다 10배 더 잘산다는 잘못된 결론이 나오게 된다. 비교를 할 때는 서로 동일한 기준을 갖고 비교해야 왜곡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벌어들인 돈, 즉 매출을 GDP와 단순 비교하는게 통계적 착시를 부른다.

 

GDP

GDP 성장률은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활력을 잃고 침체에 빠졌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숫자다. 먼저 GDP의 정확한 정의와 통계가 작성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본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 중에 얼마나 잘사는 축에 들어갈까?"

 "나는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 더 잘사는 걸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을 구하려면 우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재정 상태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과거 자신과 현재 자신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있어야 한다. 이때 통장 잔고가 쓰일수도 있고 연봉 액수가 활용될 수도 있다. 자신이 경제적으로 얼마나 더 나아지고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 연봉 상승률을 계산해 볼 수도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 혹은 과거 자신과 비교했을 때 지금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통계가 필요하다. 이 같은 통계들을 경제활동지표라고 부르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인 통계가 GDP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얼마나 잘사는 나라일까?", "한국인은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잘살게 되었을까?"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GDP 통계가 꼭 필요하다.  즉 GDP는 한 나라의 경제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GDP는 'Gross Domestic Product'의 줄임말이다. 경제학에서 GDP 정의는 이렇다.

 

GDP란 일정 기간 동안 한 나라의 영역 안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생산활동에 참여해 만들어낸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더한 값이다. 여기서 부가가치의 합이란 표현 대신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최종 생산물의 가격을 더한 값이라 표현해도 같은 뜻이다.

 

여기서 '일정 기간' 이란 표현은 거의 대부분 1년을 의미한다. 앞에 특별한 수식어가 붙지 않는 이상 GDP라고 하면 1년을 기본 단위로 삼는다. 두번째로 GDP는 한 국가의 영역 안에서 이뤄진 모든 생산활동을 대상으로 한다. 생산활동에 참여한 사람이나 기업이 어느나라 사람인지, 어느나라 기업인지는 GDP를 계산할 때 중요하지 않다. 생산활동이 이루어진 공간이 어디인지가 GDP 포함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생산한 서비스와 제품은 한국 GDP에 포함되고, 한국 기업이 외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과 서비스는 생산이 이뤄진 국가의 GDP에 포함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핫스퍼 FC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의 연봉은 한국 GDP에 포함되지 않고 영국 GDP로 계산된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 KT위즈에 뛰는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연봉은 그의 고국 미국이 아닌 한국 GDP로 계산된다.

 

 마지막으로 GDP가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계산해 합한 값이라는 조건이 헷갈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부분이 바로 GDP가 '생산활동에 참여해 만들어낸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더한 값' 이라는 말이다. 부가가치의 뜻을 알지 못하거나 이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GDP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고로케를 만들어 파는 고로케집 사장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고로케 1개를 100원에 팔고 있다 치자. 고로게 1개를 만들기 위해서 밀가루 20원어치, 감자 10원어치, 소시지 20원어치, 가스 사용료 10원어치를 합해 총 60원의 원료, 연료비가 들어간다고 하자. 그렇다면 A씨는 고로케를 하나 만들때마다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걸까? 그리고 고로케가 하나 튀겨질 때마다 국내 GDP는 얼마가 늘어나는 걸까? 고로케 가격인 100원이 모두 GDP에 포함되는 걸까, 아니면 고로케 가격과 원료 가격을 더한 160원이 GDP에 포함되는 걸까? 

 

정답은 둘 다 아니다. GDP에 잡히는 금액은 A씨가 만들어낸 고로케 가격 100원에서 원료비 60원을 뺀 40원 뿐이다. 이 금액이 바로 A씨가 고로케를 하나 만들 때마다 생산해낸 부가가치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부가가치는 개인이나 기업이 생산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가치를 말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만들어낸 생산물에는 다른 이들이 만들어낸 생산물이 원자재로 포함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고로케 가게의 경우 밀가루, 감자, 소시지, 양파 등의 원료와 도시가스 같은 에너지가 이에 해당한다. A씨가 60원의 원료를 들여 100원짜리 고로케를 만들었다고 하면 그 과정에서 새롭게 생산된 부가가치는 40원이 된다. 부가가치의 정의를 경제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하면 이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여기서 우선 제품의 시장가격에서 그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 비용을 뺀 가격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다면 GDP를 계산할 때 영업 중인 기업들이 벌어들인 매출액을 모두 더하지 않고 왜 부가가치만을 더하는 걸까? 그 이유는 기업들의 매출액을 모두 더하게 되면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가 여러 차례 중복해서 계산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아니라 매출을 모두 더하게 되면 실제로 생산된 제품과 서비스보다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낸 것처럼 보이는 통계의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매출과 GDP의 차이

 오늘날 대부분 기업들은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 연료, 부품들을 자급자족하지 못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사장 1명만 있는 작은 회사든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부품의 일부는 외부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다.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하나도 작은 나사부터 카메라 렌즈, 액정 화면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수많은 회사들의 부품으로 가득 차 있다. 무려 1천여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고 한다.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2만여 종, 개수로는 7만여 개에 달한다. 기업들의 부품 납품 과정이 얼마나 여러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이뤄질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업이 제품을 판매할 때는 당연히 자신들이 구입한 원료비, 부품 구입비가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 즉 기업이 벌어들인 매출에는 자신들이 직접 생산하지 않은 원료와 부품 가격,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중간투입물(중간재)의 가격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2차 협력사의 매출에는 3차 협력사로부터 사들인 부품 가격이 포함되어 있고, 1차 협력사의 매출에는 2차 협력사와 3차 협력사에서 사들인 부품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가격에는 모든 협력사들이 납품한 원재료와 부붐 가격이 포함되어 있다.

 

 GDP를 계산할 때 모든 기업의 매출을 통째로 더하면 똑같은 원료와 부품 가격이 여러차례 중복해서 계산되는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GDP를 계산할 때 중간투입물의 가격을 제외하고 샌산 과정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부가가치만을 더하는 이유는 실제로 생산된 생산물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부가가치만을 더하는 방식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마지막에 소비자에게 팔리는 최종생산물의 가격만을 더한 게 GDP다.

 여기서 GDP는 '명목 GDP'와 '실질 GDP' 2가지 종류가 있다. 이 2가지를 서로 헷갈리거나 명목 GDP와 실질GDP를 한데 놓고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잘못된 해석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한국 명목 GDP는 약 1,782조원이다. 그리고 한국은행에서 내놓은 같은 해 실질 GDP는 약 1,598조 원이다. 같은 기관에서 같은 년도를 기준으로 조사해서 발표한 자료인데 약 184조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명목 GDP와 실질GDP가 무엇이길래 이런 차이가 생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명목 GDP를 측정할 때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과거보다 올랐더라도 이 가격을 그대로 반영해 GDP를 계산한다. 하지만 실질 GDP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올라갔다면 이 같은 가격 상승분을 덜어낸 뒤에 GDP를 계산한다. 물가가 오른 가격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 GDP 규모는 명목GDP에 비해 작을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명목GDP와 실질GDP의 추이를 보면 차이가 확연한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거의 대부분 상품과 서비스는 가격이 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오른 가격을 그대로 GDP에 반영한다면 과거와 똑같은 상품과 서비스를 같은 수량으로 생산하더라도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실질 GDP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통계다.

 

 가격 기준이 되는 기준년도를 정한 뒤, 기준년도의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바탕으로 특정년도의 GDP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물가 변동으로인한 가격 변화분을 덜어냈기 때문에 순수하게 생산량이 얼마나 늘거나 줄었는지 알 수 있다.

2018년 기준으로 실질GDP를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기준년도는 2010년이다. 2010년도 가격을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계산한다는 뜻이다. 정부 발표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GDP는 거의 대부분 실질GDP를 의미한다. 믈가 상승분이 그대로 반영된 명목GDP를 사용하게 되면 경제가 실제로 얼마나 성장했는지 제대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GDP만큼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한눈에 보여주는 통계가 없다 보니,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구지 위해 기업 매출액과 GDP를 직접 비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7년 한국 GDP(1,555조 9,953억 원)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보자. 삼성전자의 2017년 매출(239조 5,800억 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5.39%라는 수치가 나온다. 단순히 삼성전자 매출을 GDP로 나눠서 나온 결과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경제기사처럼 이 숫자를 삼성전자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비교다. GDP의 정의를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비교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다. 첫 번째 이유는 삼성전자 매출에는 삼성전가가 사들인 각종 원재료와 부품 가격이 중복해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GDP가 국내에서 일어난 생산 활동만을 계산하는 통계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대기업들 중 상당수가 해외에 국내보다 더 큰 공장을 두고 있다. 대기업들의 해외 생산물량은 대체로 국내 생산물량보다 훨씬 많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판매액은 기업 매출로는 잡히지만 애초에 GDP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2017년 전체 매출의 87%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이 중 상당수는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직접 생산한 물량이다. 국내에서 제조해서 수출한 물량이 아닌 해외에서 직접 생산한 물량은 당연히 한국GDP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 매출과 GDP를 비교하는 건 잘못되었다. 이러한 통계적 오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 매출과 GDP를 직접 비교하는 방식이 쓰이고 있다. GDP만큼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경제통계가 없고, 또 이만큼 직관적으로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수치도 없기 때문이다. 부와 경제력이 대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측에서는 '삼성, 현대차,LG, SK 그룹의 매출액이 전체 GDP의 절반을 넘는다는 통계'를 인용하며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지원을 통해 대기업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시장 원리와 기업 활동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는 측에서는 "그런 식으로 기업 매출과 GDP를 직접 비교해버리면 중소기업 매출을 합한 값도 GDP의 100%가 넘는다" 라고 반박하고 있다. 해외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해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을 국내에 갖고 들어와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내는 대기업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는 의견이다. 당연히 맞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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