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생활사 - 부엌의 역사2. 레인지

레인지

화로 주변을 벽돌로 쌓은 것이 최초의 레인지였는데, 이것은 열을 받는 윗부분과 주전자와 소스팬을 데우는 시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630년에 영국 발명가 존 십스로프는 이 장치를 철제로 만들어 특허를 신청했다. 이것은 가정용 연료로 나무를 대신하게 될 석탄으로 가열되었다. 그러나 불위에 직접 굽지 않고 통 속에 넣어 불 위에다 요리를 한다는 생각은 당시 사람들에게 그렇게 빨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열을 전달하는 매체인 레인지 윗부분을 먼저 데워야 했기 때문에 조리시간도 길었다.

바바리아의 폰 룸포르트라는 백작도 콤팩트하고 효율이 좋은 레인지를 개발하려고 일을 착수했으나 두 개의 다른 부엌 살림을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을 뿐이다. 1753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워번에서 출생한 그는 본래 이름은 벤자민 톰슨이었다. 영국 왕실에 충성했던 톰슨은 미국 독립전쟁 중에 스파이 노릇을 하다가 1776년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런던으로 달아났다. 조지3세로부터 작위를 받은 톰슨은 영국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는데, 스팀 에너지의 응용이 전공분야였다. 그는 실험 끝에 더블 보일러와 드립 커피 메이커를 발명했으나 콤팩트형의 부엌 레인지를 개발하려는 작업은 나랏일로 바빴기 때문에 중단하고 말았다.

 

 톰슨은 바바리아의 고관대작이 되었다. 수많은 사회개력을 시행하는 한편 그는 틈틈히 시간을 내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을 현대화시켰다. 그리고 유럽 상류층의 음식으로 감자를 널리 보급했다. 감자는 동물 사료나 가난한 자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먹는 음식으로 간주되어 왔었다.

 

 그러나 콤팩트하고 뚜껑이 닫힌 레인지를 개발하려는 그의 오랜 꿈은 유감스럽게도 다른 사람에 의해 실현되고 말았다. 유명인사가 된  벤자민 톰슨 경이 1802년에 하버드 대학에 룸포르트 석좌교수 자리를 만들고 있는 동안 영국의 주물공 조지 보들리가 현대식 연관이 달린 주물 레인지를 특허낸 것이다. 이것이 20세기까지 영국과 미국 부엌 레인지의 원형이 되었다.

 

 가스와 전기 레인지: 조지 보들리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뚜껑 달린 레인지를 발명한 해에 독일 발명가 프레드릭 알베르트 윈슨은 역사상 처음으로 가스기기로 식사를 조리했다. 이 장치는 가스가 요리에 사용될 수 있으며, 석탄에 비해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임시로 고안된 기구였다. 

 그 후 실험용 가스레인지가 많이 출현하기는 했지만 가스가 새고 폭발하는 등 위험했다. 정말 실용성 있고 안전한 가스레인지가 유럽에서 만들어지기까지는 30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렀으며, 미국 가정에서 깨끗한 가스 레인지를 상당수 갖게 된 것은 1860년대가 되어서였다. 주부들은 가스기기로 요리하는 것에 안전함과 편안함으로 만족감을 느낀 나머지 훗날 전기 레인지가 나왔을 때도 가스 레인지를 버리길 꺼려했다.

 최초 전기 레인지는 1890년에 나왔다. 그러나 요리하는 음식마다 거의 실패로 끝났다. 조잡한 열 조절 장치밖에 없었기 때문에 저온, 중간, 고온 등으로 조절할 수 없었고 익지 않거나 재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렇게 예측불가능한 요리를 만드는 것조차 값싼 전기료가 현실화된 것이 1920년대 후반에서야 가능했기 때문에 비싼 대가를 치뤄야 했다. 게다가 미국의 많은 지역의 가정에는 아직 전선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전기 레인지는 초기의 가스 레인지보다 더 인기가 없었으며, 주부들의 마음을 돌려 가정의 기본 살림살이가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