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가정주부 한 사람을 1세기의 로마 부엌으로 옮겨 놓는다 해도 그녀는 청동 프라이팬, 구리 소스팬, 여과기, 계란 반숙기, 가위, 깔때기, 그리고 주전자 등 자신이 현재 집에서 쓰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도구들을 가지고 저녁식사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세월이 흐른 것에 비해 부엌 도구들은 근본적으로 크게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사회를 완전히 뒤흔들어 하인이 없는 사회로 다시 재정립시킨 산업혁명이 있기까지는, 하인의 일을 대신할 기계의 필요성이 그다지 대두되지 않았다. 산업혁명이 있고 나서야 발명가들은 결코 만족시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교한 도구들 이를테면 식기세척기, 교유기, 테플론, 타파웨어, 알루미늄 호일, 마찰 성냥, 종이 봉지, 그리고 고상한 키친아트 기구 등을 무수히 만들어 냈다.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이러한 발명들은 나름대로의 역사와 변천을 겪어 이제는 온 집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선사시대 인간은 가장 원시적인 도구를 사용해 불에다 직접 먹을 것을 구웠다. 이 원시도구는 액체를 담는 돌 그릇, 소금과 풀을 가는 절구, 꼬챙이에 찔러서 구운 고기를 자르는 돌칼 등이었다. 움직이는 부속이 달린 최초의 도구는 맷돌이었다. 중간에 구멍이 뚫린 두 개의 원반 모양의 돌로 만들어진 맷돌은 위에서 곡식을 부어 돌 사이에 으깨어서 바닥에 있는 구멍으로 가루가 나왔다. 이것을 한국은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도 사용해 왔다.
원시 부엌은 인간이 최초로 만든 질그릇의 발명으로 인해 기원전 7,000년경에 처음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질그릇과 조리용 그릇은 지금처럼 크림색에서 진홍색, 잿빛에서 검정색에 이르기까지 색깔이 다양했다. 원하는 크기와 모양대로 만들어 가마에 구워 광을 냈다. 신석기 시대 것으로 보이는 최초의 다양한 부엌용 그릇들이 1960년대 초에 근동의 터키에서 발굴되었다. 이것들은 가장 실용적이고 다목적의 그릇인 사발류가 주종을 이루었으며, 물을 담는 그릇과 컵이 뒤를 이었다.
그리스 시대와 로마 시대에는 부엌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혁신이 용도보다는 재료의 영역에서 일어났다. 부자들이 쓰는 금접시, 은컵, 유리병과 가난한 사람들이 쓰는 질그릇 접시, 속을 파낸 양뿔컵, 나무로 만든 항아리 등이 그것이다.
부엌의 대변신은 서기 700년 경에 시작되었다. 중세시대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하자 가족들은 함께 모여 대가족으로 살게 되고 생활이 점점 더 공동체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부엌은 음식과 따스함 때문에 집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자두 들락거리는 곳이 되었다.
당시 부엌에서 가장 귀하게 쓰이는 도구는 회전식 꼬챙이였다. 이것은 1700년대 후반 오븐에다 고기를 굽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 거의 천년 동안이나 주요한 요리 기구로 남아있었다. 1700년대 후반에조차 회전식 꼬챙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많은 현대 스토브에도 전기로 작동하는 회전 꼬챙이가 있다. 그리고 야외에서 바베큐를 할 때에도 회전 꼬챙이는 인기있는 도구다.
회전식 꼬챙이를 손으로 돌려서 고기를 굽는 지루함 때문에 많은 새로운 발명이 이루어졌다. 오늘날 동물 애호가들을 화나게 할 장치 중 하나는 1400년대 영국에서 등장한 '꼬챙이 돌리는 개'이다. 로프와 도르래를 사용한 장치가 꼬챙이에서 벽에 매단 드럼통 모양의 우리까지 연결되었다. 테리어 종의 개가 우리에 갇혀 달리면 우리가 돌아갔고 꼬챙이를 회전시켰다. 이 개는 '꼬챙이 돌리는 개'로 훈련 받았고, 활동력이 강한 힘센 개가 더 높은 값을 받았다. 이때부터 부엌에 사용되는 새로운 장치들이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1세기 후 이탈리아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굴뚝으로 올라가는 열기로 스스로 돌아가는 좀더 인간적인 꼬챙이를 만들었다. 굴뚝에 장치한 작은 터빈 바퀴가 고기굽는 꼬챙이에 연결되었다. 위로 올라가는 열은 불꽃 세기에 비례하는 속도로 바퀴를 돌렸다. 그러나 불 위에다 직접 요리를 하는 오래된 요리 개념은 혁신적인 요리 장치, 즉 밀폐된 레인지에 의해 대체되게 되었다.
'고전 인문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양생활사 - 부엌의 역사6: 휘슬주전자/커피포트/파이렉스/전자레인지 (0) | 2021.05.15 |
---|---|
서양생활사 - 부엌의 역사5- 4000년 빵굽는 역사 100년 동안의 혁신:토스터 (0) | 2021.05.14 |
서양생활사 - 부엌의 역사 4 알루미늄 호일/깡통따개/보온병 (0) | 2021.05.12 |
서양생활사 - 부엌의 역사3: 알루미늄 그릇/식기 세척기/믹서 (0) | 2021.05.11 |
서양생활사 - 부엌의 역사2. 레인지 (0) | 2021.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