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좀비, 드라우그

 드라우그
죽은 사람이 몸을 움직이고 돌아다니면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해치는 것을 판타지 세계에서는 좀비라고 부른다. 
좀비들은 중남미 카리브해로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들의 전통 신앙에서 비롯된 환상의 종족이다.
하지만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도 좀비와 같은 언데드(Undead)인 드라우그(Draug)가 있다.

드라우그는 옛 노르웨이어로 '망령'이라는 뜻인데, 이미 죽어서 무덤에 묻힌 사람의 시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움직이고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해칠 때 쓰이는 말이다.

드라우그라고 해서 불사신은 아니며, 불에 타거나 칼과 도끼 같은 무기로 목이 잘리면
완전히 파괴되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노르웨이의 오래된 전설에 의하면, 드라우그에도 종류가 있으며 땅에 사는 드라우그와
바다에 사는 드라우그가 따로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드라우그들은 무덤에 묻혔다가 
부활한 시체이기 때문에 땅의 무덤에서 산다. 그들 중 일부는 무덤에 묻힌 보물을 지키고 있다.

어떠한 드라우그이든지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들한테 두려운 존재다.
왜냐하면 드라우그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강력하고 초인적인 힘을 지니고 있기 떄문이다.
더구나 드라우그는 기본적으로 죽은 시체이기 때문에 몸이 창백하게 부풀어 있거나
검게 썩어있는 모습이라서 보기에 무척 끔찍하다.

다만 드라우그는 대중문화에서 흔히 다루어진 좀비들과는 다른 점도 있는데, 좀비처럼
그저 움직이기만 하는 시체에 그치지 않고, 살아 있을 때의 지능 중 일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드라우그가 좀비와 갖고 있는 공통된 특징도 있다. 드라우그도 좀비처럼 살아있는 사람을
괴롭히거나 공격하여 죽인다는 점이다. 이는 드라우그가 본능적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질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리 해석하자면, 드라우그가 자신이 이미 죽은 몸이라는 사실을 알고, 
살아있는 사람을 미워하여 죽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드라우그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몸의 크기와 무게를 늘릴 수 있다. 그래서 고대 아이슬란드의
전설에서는 드라우그가 황소처럼 몸이 커졌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또한 드라우그는 물을 두려워하는
일반적인 좀비와는 달리, 물 속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전설에서 드라우그는 자신이 노린 사람을 물거나 피를 빨아먹거나
심지어 잡아먹는 등 여러 방법으로 죽인다. 그리고 드라우그의 무덤 근처에서 살고 있는 
둥몰들은 드라우그의 지배를 받게 되어, 드라우그가 조종하는 대로 사람을 해치려 달려들 수도 있다.

 드라우그는 사람만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습격하여 죽이기도 한다. 그래서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서 가축을 돌보는 소치기와 양치기들은 한밤중에 들판에서 드라우그가 가축을
습격하지 않도록 지켜야 했다.

 서양에서 마녀나 마법사들이 모습을 바꾸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드라우그도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고대 전설에는 드라우그가 사람의 모습에서 커다란 황소나 고양이,
그리고 귀나 꼬리가 없는 회색 말로 변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나온다.

또한 마녀들이 마을에 전염병을 퍼뜨리는 등의 마법을 부렸던 것처럼, 드라우그도 자신이
활동하는 인근 마을에 전염병을 일으키거나 낮을 캄캄한 어둠으로 바꿔버릴 수 있다. 

 

밤이면 사람들은 드라우그를 더욱 두려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드라우그는 햇빛이 내리비치는
낮에는 힘이 약하지만, 해가 사라진 밤이나 어두운 날씨에는 힘이 강성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드라우그가 약점이 없는 무적의 존재는 아니다. 대부분의 드라우그는 쇠에 약해서
칼이나 도끼로 드라우그의 목을 자르고 몸을 불에 태운 다음, 남은 재를 바다에 버리면
완전히 죽어서 사라진다. 다만 드라우그 중 일부는 칼이나 도끼 같은 무기로는 죽일 수 없다.

뛰어난 힘과 용기를 가진 영웅만이 그런 드라우그와 싸워 이길 수 있다.
 죽어서 드라우그가 되는 사람들은 살아생전에 인색하고 탐욕스럽게 굴었거나, 이웃들한테
못된 행패를 부려 원성이 높았던 이들이다. 그래서 아이슬란드나 노르웨이에서는 평판이 나쁜
이웃을 드라우그라고 놀리는 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