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전사다. 조화의 여신 하르모니아와 인간 영웅 가드모스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으로 여성 전사족인 아마존 부족이다. 아마조네스는 아마존의 복수형이다. 그런데 신화 속 존재가 아니라 실제 존재했던 부족이라는 견해가 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아마조네스는 스키타이 국경 지역에 살았던 부족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역사학자들은 소아시아 지역과 리비아 등에 살았던 부족이라고 주장한다.
분명한 것은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부족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이유로 여성으로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조네스는 기마술이 뛰어나고 활을 잘 쏘며 전투력이 막강해서 그리스나 로마 등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겼다. 아마조네스는 전쟁에서 패하는 경우가 없었다.
소아시아, 흑해 남부, 중동 지역 등을 닥치는 대로 정복하여 그 지역에 대도시를 건설한 전설적 여성부족이 아마조네스다. 이들이 부족을 유지하려면 후손이 필요했다. 오직 여성들뿐이었으니까 후손을 낳아 종족을 유지하려면 남자가 필요했다. 놀랍게도 아마조네스는 주변의 다른 부족을 침략해 그 부족의 남자들을 겁탈했다고 한다. 사실 여자가 남자를 겁탈한다는게 성립하기 무리한 개념이지만 어찌됐든 겁탈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여자가 태어나면 일찍부터 전사가 될 수 있도록 혹독한 교육을 시켰고, 남자가 태어나면 다른 부족에게 보내거나 죽여 없앴다. 혹독한 전사 교육을 받으며 자란 여자들은 활쏘고 창휘두르는데 불편하다는 이유로 오른쪽 유방을 잘라버렸다고 한다. 신화니까 가능한 황당한 설정이다.
그러면 아마조네스는 과연 다른 부족의 남자를 통해서만 후손을 얻었느냐면 꼭 그렇지는 않다. 그리스 신화에서 어떻게 아마조네스가 종족을 보존할 수 있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어서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제우스 아들인 헤라클레스는 강한 힘을 부여받았지만 서자였다. 그때문에 제우스 아내인 헤라의 증오와 모략으로 거의 달성이 불가능한 12가지 과업을 수행해야만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마존 부족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를 훔쳐오는 것이었다. 감히 맞서기도 어려운 여전사들의 왕국에 들어가 여왕의 허리띠를 훔쳐오라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며 그녀들과 싸우다 죽으라는 과업이었다.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항해에 나서는데 이 모험에는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도 동행했다. 그들은 항해 중에 아마존 왕국에 들어가게 돼 무척 경계했지만 그녀들로부터 뜻밖에 환대를 받는다. 테세우스가 아마존 여왕의 동생인 안타오페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이들에 의해 아마존 후손들이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테네와 아마존이 큰 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헤로도토스는 그의 저서 '역사'에서 아마존 부족이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로 다른 근거를 제시한다. 아마존 부족은 스키타이 국경과 가까운 지역이 근거지였다. 스키타이족은 아마조네스의 존재를 제대로 알 지 못했다. 아마조네스가 어디서 왔는지, 사용하는 언어도 뭔지도 몰랐다. 그러나 아마조네스가 자주 국경을 침입하자 스키타이족은 전쟁을 피할 수가 없었는데,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아마조네스가 워낙 용맹해서 젊고 혈기왕성한 병사들인 줄 았았다.
그런데 전투 중에 죽은 아마주네스를 살펴보니 모두 여자여서 깜짝 놀랐다. 당시 부족들이 당면한 과제는 영토와 인구를 늘리는 것이었다. 영토를 넓혀야 농경부족은 농사지을 딸을 늘릴 수 있고 유목부족은 사육하는 가축들에게 풀을 먹일 초지를 확보할 수 있다. 또 인구를 늘려야 노동력과 병력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에 고대 부족들은 끊임없이 정복전쟁을 잃으켰다.
스키타이족은 아마조네스에게 호감을 가졌다. 그녀들과 가까이하면 많은 후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더욱이 기마부족인 스키타이족은 여자가 적었다. 그래서 스키타이족의 왕은 병사들에게 아마존 부족 진영 가까이에 진을 치되 맞서 싸우지 말고 그녀들이 공격해오면 후퇴하고 물러가면 다시 가까이 다가가서 진을 치도록 했다.
그러는 사이, 아마조네스와 스키타이 병사들은 차츰 친숙해져서 서로 경계하지 않고 지내게 된다. 하지만 서로 언어가 달라 소통이 안 되자 아마조네스가 먼저 스키타이족의 언어를 익혀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러자 스키타이 젊은 병사들이 저마다 아마조네스를 유혹했다. "우리는 고향에 부모도 있고 재산도 있소. 그러니 우리 고향으로 가서 결혼하고 함께 삽시다. 절대로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오. 다른 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겠소."
이런 식으로 스키타이 병사들이 유혹하자 고심하던 아마조네스가 마침내 머리를 흔들었다.
"안되겠어요. 우리는 당신네 여인들과 생활방식이 전혀 달라요. 우리는 활을 쏘고 창을 던지고 말을 타는 것이 일상적인 생활이에요. 당신에 여인들처럼 집에서 살림하는 것은 전혀 배우지 않았어요. 당신네 여인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어려워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당신들이 꼭 우리와 살고 싶다면 당신 부모에게게서 당신 몫의 재산을 분배받아 오세요. 그리고 여기서 살아요."
아마조네스와 결혼하고 싶었던 스키타이 병사들은 그녀들의 요구에 따라 부모로부터 자기 몫의 재산을 분배받고 다시 아마조네스에게 돌아왔다. 그랬던 아마조네스가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큰 죄를 지었어요. 나는 당신들 부모에게서 자식을 빼앗았고 큰 피해를 입혔어요. 당신도 부모와 부족을 배신했어요. 또 나는 여인들만 있는 우리 부족을 배신했어요. 그 떄문에 우리는 스키타이족과 함께 살 수 없어요."
"그러면 또 어찌해야 하오?"
"당신들이 우리를 아내로 삼고자 하니, 우리 함께 두 부족을 떠나 아주 먼 곳으로 가서 살아요."
그리하여 그들은 두 부족의 경계인 타나이스강을 건너 엿새 동안 걸어서 도착한 곳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후손들을 낳았다. 이렇게 아마조네스와 스키타이족의 자손들은 사르마트 부족이 됐다고 한다.
이 혼혈 부족도 기마부족이었으며 여성들은 아마조네스의 전통을 이어받아 남성들과 똑같은 복장으로 말을 타고 사냥을 했으며 전투에도 참가했다. 또한 미혼 여성은 척군의 남자를 적어도 한 명은 죽여야 결혼할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평생 결혼 못해보고 죽은 여성들도 많았다고 한다.
어떤 기록에서는 아마조네스 전사들 대부분은 샤먼들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이 뛰어나 전쟁을 할 때마다 이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들은 전쟁을 할 때 갑옷 앞에 거울을 달았다고 한다. 그녀들과 마주한 적군은 햇빛이 거울에 반사돼 눈이 부셔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으며, 아마조네스 전사들이 더욱 신비롭게 보여 사기가 떨어져서 제대로 맞서 싸우지도 못했다고 한다. 트로이 전쟁 때는 아킬레우스가 아마조네스와도 싸웠다고 하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 원정길에 아마조네스를 만나 그녀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로마 군대도 아마조네스와 전투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스 역사가들의 기록에 따르면 미리네 여왕 때의아마조네스는 아프리카 북부의 리비아를 정복하고 그곳에서 사람과 마주치면 돌멩이로 만든다는 괴물 고르곤과도 싸워서 이겼다고 기술한다.
신화와 역사의 사실 구분이 어렵지만 아마조네스는 대략 기원전 3세기 ~ 1세기 무렵까지 흑해에서 남부 유럽, 소아시아,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듯 하다.
그리스 신화에서 남성 영웅들은 거의 빠짐없이 아마조네스와 만나고 전투를 하지만, 대부분 남성 영웅들이 승리한다. 왜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아마조네스는 남성들의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는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변화하는 과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성 정체성에 혼란이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종족과 부족이 생겨나 서로 대립하면서 영토와 부족을 지키려면 강인하고 전투력이 우세한 남성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따라서 남성들이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됐다. 그와함께 여성들은 차츰 남성들이 소유물로서 후손을 낳아 기르는 존재로 격하했다. 남성들은 단지 예쁘고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빼어난 몸매로 평가하고 여성 배우자를 선택했다. 이러한 시기에 등장한 아마조네스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진다.
첫째 성적 지위의 변화에 따른 여성들의 반발이다. 거의 수백만 년을 이어온 모계사회에서는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우월했으며 생산의 상징인 지모신으로 남성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러다가 남성중심 사회로 변화하면서 여성들도 남성 못지않게 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아마조네스가 탄생한 것이다.
둘째 그들의 탄생에 어떠한 의미가 있든 보통의 여성성과 전혀 다른 강인하고 용맹한 아마조네스의 등장은 남성들에게 강한 호기심과 매력을 주기에 충분했으며 큰 충격이기도 했다.
더욱이 아마조네스 신화를 탄생시키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여성들이 상당한 지위를 확보하고 주도적으로 남성들을 통제했다. 예컨대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는 남편에게 욕을 일삼아 악처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남성들을 제압하는 거칠고 강한 아마조네스를 등장시켜서 남성 영웅들로 하여금 그녀들을 무찌르고 굴복시키게 함으로써 여성들에게 함부로 설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는 견해가 많다.
그뿐 아니라 아마조네스의 등장에는 아무리 강하고 능력이 뛰어난 여성이라 할지라도 기어이 굴복시키고 싶은 남성들의 판타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어떤식으로든 여성들의 우위에 서려는 남성들의 희망사항이 아마조네스 신화에 투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담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고 많은 유역을 가졌으며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남미 아마존강은 어떻게 이름이 아마존이 됐을까? 16세기 스페인 탐험가 오레야나가 이 지역을 탐험하다가 그곳의 토착 부족과 맞서게 되는데 활을 겨냥하고 칼을 든 전사들이 뜻밖에도 모두 여전사들이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훗날 오레야나는 서양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 강을 그리스 신화의 아마조네스를 떠올려 아마존 강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미국 만화에 단골 주인공 중 하나인 원더우먼도 아마조네스의 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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